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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라, 자기가 하는 일을 그들은 모른다

영주댐 건설로 물에 잠길 경북 영주 금강마을의 최후 풍경
등록 2013-11-14 14:51 수정 2020-05-03 04:27
영주댐 건설로 수몰될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2리 금강마을 (인동 장씨 집성촌) 입구에 우뚝 서 있는 운곡서원유허비 옆에 영주댐 건설단에서 설치한 ‘경작 금지’ 팻말이 이 마을의 현재 상 황을 말해주고 있다. 400년을 이어온 이 마을은 수몰지구로 지 정될 당시 60여 가구가 살고 있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마을을 떠 나고 17가구만 이주단지 조성을 기다리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영주댐 건설로 수몰될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2리 금강마을 (인동 장씨 집성촌) 입구에 우뚝 서 있는 운곡서원유허비 옆에 영주댐 건설단에서 설치한 ‘경작 금지’ 팻말이 이 마을의 현재 상 황을 말해주고 있다. 400년을 이어온 이 마을은 수몰지구로 지 정될 당시 60여 가구가 살고 있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마을을 떠 나고 17가구만 이주단지 조성을 기다리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영주댐이 담수를 시작하면 사라질 내성천 곳곳에 골재업체가 채취한 강모래가 산처럼 쌓여 있다.

영주댐이 담수를 시작하면 사라질 내성천 곳곳에 골재업체가 채취한 강모래가 산처럼 쌓여 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모래톱이 넓게 펼쳐진 물돌이마을 회령포 전경. 영주댐 하류에 위치한 이곳은 댐 건설로 강물의 흐름이 제한되면 모래 유입이 적어져 점차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모래톱이 넓게 펼쳐진 물돌이마을 회령포 전경. 영주댐 하류에 위치한 이곳은 댐 건설로 강물의 흐름이 제한되면 모래 유입이 적어져 점차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

평은초등학교학생들과 금강마을 주민들이 평은면 버스 정류장을 작은 박물관으로 만들어 유리창에 박물관을 만든 취지를 적어놓았다.

평은초등학교학생들과 금강마을 주민들이 평은면 버스 정류장을 작은 박물관으로 만들어 유리창에 박물관을 만든 취지를 적어놓았다.

영주댐이 담수를 시작하면 사라질 내성천 곳곳에 골재업체가 채취한 강모래가 산처럼 쌓여 있다.

영주댐이 담수를 시작하면 사라질 내성천 곳곳에 골재업체가 채취한 강모래가 산처럼 쌓여 있다.

개발의 거대한 바퀴 앞에서 전통을 지켜내는 일은 힘겹다. 금강마을 장씨 고택 앞집을 철거한 굴착기의 바퀴자국 위협적이다.

개발의 거대한 바퀴 앞에서 전통을 지켜내는 일은 힘겹다. 금강마을 장씨 고택 앞집을 철거한 굴착기의 바퀴자국 위협적이다.

평은초등학생들과 금강마을 주민들이 평은면 버스 정류장을 작은 박물관으로 만들어 유리창에 박물관을 만든 취지를 적어놓았다.

평은초등학생들과 금강마을 주민들이 평은면 버스 정류장을 작은 박물관으로 만들어 유리창에 박물관을 만든 취지를 적어놓았다.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집은 흉가로 변하고 남은 사람들은 밭고랑에 김장배추를 키운다.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집은 흉가로 변하고 남은 사람들은 밭고랑에 김장배추를 키운다.

스무 살에 시집와 금강마을에서 55년을 살아온 이정숙 할머니가 지은 지 100년이 넘은 자신의 집 앞에서 함께 사는 고양이들을 둘러보고 있다.

스무 살에 시집와 금강마을에서 55년을 살아온 이정숙 할머니가 지은 지 100년이 넘은 자신의 집 앞에서 함께 사는 고양이들을 둘러보고 있다.

“스무 살에 시집와서 55년을 살아온 내도 이 마을을 떠나려 하니 마음이 붕붕 떠다니는데 400년 동안 이 마을을 지키며 살아오다가 조상묘까지 모두 파헤치고 떠나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온전하겠는교?” 영주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될 예정인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2리 금강마을(인동 장씨 집성촌)에 사는 이정숙(75) 할머니의 체념 섞인 목소리가 아릿하다. 대구·구미 등지에 공업용수를 공급해야 한다는 이유로 건설되는 영주댐이 완공돼 담수를 시작하면 평은면 지역의 564가구가 수몰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지만 수백 년을 이어온 삶의 터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것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로 모른다”며 “다 잠기고 나면 지금 하는 정미소도 문을 닫고 막노동이라도 해야 삶을 이어가지 않겠느냐”는 문병호(64)씨의 말에도 아쉬움이 가득하다.

수몰지구 주민 대부분은 보상을 받고 뿔뿔이 흩어져 고향을 떠나버렸지만, 담수가 되어도 물이 닿지 않는 임야를 가진 주민들과 끝내 고향을 버리지 못하고 영주댐 건설단이 조성할 이주단지로 이사를 준비하는 주민들이 사라질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다. 끝내 고향을 떠나지 않으시겠다는 노모 때문에 부산에서 하던 일을 정리하고 3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장아무개(55)씨는 “내는요, 금빛 모래가 흐르는 내성천이 이래 아름다운 줄 모르고 컸는 기라. 타지에 나가 살면서 내 고향이 정말 아름다운 줄 알았다카이. 그런데 이제 다시는 못 볼 풍경이 돼버린다니”라며 말끝을 흐린다.

영주댐 건설로 대도시 공업용수 공급은 원활해질 수 있겠지만, 내성천 상류는 물에 잠기고 하류는 물 흐름이 제한돼 세계적으로 희귀한 모래톱이 넓게 펼쳐진 강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더불어 내성천 하류 쪽의 아름다운 물돌이 마을인 회룡포와 선웅대 등도 그 빼어난 풍광을 잃게 될 것이다. 잃는 것만큼 얻는 게 있다고 말하지만 수만 년을 이어온 천혜의 자연을 잃는 것은 어쩌면 미래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영주=사진·글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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