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에 시집와서 55년을 살아온 내도 이 마을을 떠나려 하니 마음이 붕붕 떠다니는데 400년 동안 이 마을을 지키며 살아오다가 조상묘까지 모두 파헤치고 떠나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온전하겠는교?” 영주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될 예정인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2리 금강마을(인동 장씨 집성촌)에 사는 이정숙(75) 할머니의 체념 섞인 목소리가 아릿하다. 대구·구미 등지에 공업용수를 공급해야 한다는 이유로 건설되는 영주댐이 완공돼 담수를 시작하면 평은면 지역의 564가구가 수몰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지만 수백 년을 이어온 삶의 터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것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로 모른다”며 “다 잠기고 나면 지금 하는 정미소도 문을 닫고 막노동이라도 해야 삶을 이어가지 않겠느냐”는 문병호(64)씨의 말에도 아쉬움이 가득하다.
수몰지구 주민 대부분은 보상을 받고 뿔뿔이 흩어져 고향을 떠나버렸지만, 담수가 되어도 물이 닿지 않는 임야를 가진 주민들과 끝내 고향을 버리지 못하고 영주댐 건설단이 조성할 이주단지로 이사를 준비하는 주민들이 사라질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다. 끝내 고향을 떠나지 않으시겠다는 노모 때문에 부산에서 하던 일을 정리하고 3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장아무개(55)씨는 “내는요, 금빛 모래가 흐르는 내성천이 이래 아름다운 줄 모르고 컸는 기라. 타지에 나가 살면서 내 고향이 정말 아름다운 줄 알았다카이. 그런데 이제 다시는 못 볼 풍경이 돼버린다니”라며 말끝을 흐린다.
영주댐 건설로 대도시 공업용수 공급은 원활해질 수 있겠지만, 내성천 상류는 물에 잠기고 하류는 물 흐름이 제한돼 세계적으로 희귀한 모래톱이 넓게 펼쳐진 강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더불어 내성천 하류 쪽의 아름다운 물돌이 마을인 회룡포와 선웅대 등도 그 빼어난 풍광을 잃게 될 것이다. 잃는 것만큼 얻는 게 있다고 말하지만 수만 년을 이어온 천혜의 자연을 잃는 것은 어쩌면 미래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영주=사진·글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영상] “내란 세력 선동 맞서 민주주의 지키자”…20만 시민 다시 광장에
‘내란 옹호’ 영 김 미 하원의원에 “전광훈 목사와 관계 밝혀라”
경호처, ‘김건희 라인’ 지휘부로 체포 저지 나설 듯…“사병이냐” 내부 불만
청소년들도 국힘 해체 시위 “백골단 사태에 나치 친위대 떠올라”
윤석열 쪽 “민주당, 유튜버 내란선전죄 고발은 국민 입틀막”
연봉 지키려는 류희림, 직원과 대치…경찰 불러 4시간만에 ‘탈출’
김민전에 “잠자는 백골공주” 비판 확산…본회의장서 또 쿨쿨
‘적반하장’ 권성동 “한남동서 유혈 충돌하면 민주당 책임”
윤석열 지지자들 “좌파에 다 넘어가” “반국가세력 역내란”
이진하 경호처 본부장 경찰 출석…‘강경파’ 김성훈 차장은 세번째 불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