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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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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힘 한데 모아

지역의 재일 커뮤니티가 함께하는 오사카조선고급학교 가을운동회…
일본 정부 차별 이겨온 학생과 동포들의 잔칫날
 
등록 2012-10-24 15:00 수정 2020-05-03 04:27

'단결된 힘으로’ ‘마음도 발걸음도 함께’ ‘난관을 뚫고 앞으로’ ‘우리 힘 한데 모아’.
구호와 같은 제목은 지난 10월7일 일본 히가시오사카시의 오사카조선고급학교에서 열린 제55회 체육대회의 경기 제목이다. 이어달리기·줄다리기·기마전 등 언뜻 생각하면 우리의 운동회와도 별반 다를 게 없는 경기가 치러진다. 하지만 조선학교 운동회는 단순한 학교 운동회를 넘어 지역의 재일 커뮤니티가 함께하는 운동회다.
‘동포 찾아 모이자’(사람 찾는 경기), ‘떨치자! 새 세대의 용맹을!’(기마전), ‘힘있는 동포 사회를!’(이어달리기) 등의 경기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이 학교 운동회는 집단의 단결성이 강조된다. 이날은 학생과 교사는 물론 학부모와 인근 지역의 재일동포들까지 참여하는, 그야말로 재일조선인의 작은 축제날이다.
오후에는 60년을 이어온 조선학교의 역사를 보여주는 집단체조가 공연되었다. ‘이어가자 우리 민족교육’이라는 제목의 집단체조는 전교생이 참여했다. 집단체조의 하이라이트는 전교생이 하나가 되어 통일기를 펼쳐 보이는 것. 통일을 염원하는 조선학교 학생들의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하는 거대한 인원의 줄다리기가 행해지고, 학생들의 농악 공연이 펼쳐지면 이제 운동회에 참석한 모든 참가자는 운동장에서 흥겨운 춤판을 벌인다.
오사카부는 1947년부터 지급하던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을 2010년에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오사카조선고급학교는 일본 정부의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된 채 2년을 넘기고 있다. 조선학교에 대한 일본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차별적 조처는 학생들의 웃음을 빼앗았다. 이날 운동회는 험난한 역경을 견디며 일본 정부의 차별을 이겨온 조선학교 학생과 동포들이 펼치는 단결의 장이었다.
오사카(일본)=안해룡 사진가 asiapress@naver.com

기마 릴레이 ‘더 높이, 더 빨리’의 경기를 치르는 1학년 남학생들.

기마 릴레이 ‘더 높이, 더 빨리’의 경기를 치르는 1학년 남학생들.

전교생이 참여한 집단체조에서 통일기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전교생이 참여한 집단체조에서 통일기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사람을 찾아 함께 달리는 경기인 ‘동포 찾아 모이자’는 2학년 여학생들의 경기다.

사람을 찾아 함께 달리는 경기인 ‘동포 찾아 모이자’는 2학년 여학생들의 경기다.

모든 경기에서 열띤 응원전이 벌어진다.

모든 경기에서 열띤 응원전이 벌어진다.

체육대회에 참여한 학부모와 동포들이 학생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있다.

체육대회에 참여한 학부모와 동포들이 학생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있다.

오사카조선고급학교 학생들이 다 함께 <우리 학교 이만저만 아니라오>를 부르고 있다.

오사카조선고급학교 학생들이 다 함께 <우리 학교 이만저만 아니라오>를 부르고 있다.

소조 행진을 하기 전 민족기악부 학생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소조 행진을 하기 전 민족기악부 학생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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