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6일 오후 때이른 더위 속에 3천여 명의 시민이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대한문까지 행진을 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복직과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과 연대의 날. 함께 걷자, 함께 살자, 함께 웃자’. 행사의 이름이 참 길다. 쌍용차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가 마주한 절망들을 털어내려는 시간이었다. 제주 강정, 재능교육, 콜트·콜텍…. 시간은 흐르지만 도무지 개선되지 않는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걷기 행사였다.
경찰은 행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해산을 시도했지만, 시민들은 경찰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지하철을 타거나 골목길로 우회하며 절망을 딛고 희망을 길어올리려는 행진을 묵묵히 이어갔다.
폭염에 타는 듯 끓어오르는 아스팔트를 걷는 시민들의 목에 둘린 수건에 적힌 ‘함께 살자’라는 글귀가 가슴을 친다. 이 외침은 절망의 아우성인가 희망의 구호인가.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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