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들이 속도 100km를 넘나들며 달리는 고속도로 한가운데에서 파손된 도로에 긴급보수용 아스콘을 붓자 지면의 열기가 ‘훅’ 하고 올라온다. 한 차선이 줄어 교통이 약간 정체되자, 작업자들을 위협하듯 한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며 스쳐 지나간다. 최소한의 안전장비 사이로 차량이 스쳐 지나갈 때면 빨려들 듯한 바람이 몰아친다. 고속도로 유지보수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되는 아슬아슬한 순간이다. 지난 1월, 화물차와 작업 차량이 추돌한 사고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동료는 아직도 퇴원을 못하고 있다. 유지보수팀 반장 함치서(54)씨는 “운전자들은 안전관리 차량만 있는 줄 알고 작업 차량 뒤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매우 위험하다”며 “안전관리 차량 앞에 작업 차량과 작업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순형(50)씨는 “우리가 하는 일은 도로 복구가 우선이다. 잠깐 하는 보수 공사에도, 차가 밀린다며 차를 세워 욕하거나 물병을 던지거나 경적을 울린다. 고속도로 이용자들의 안전을 지킨다는 보람은 있지만 그럴 때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수원지사 유지보수팀은 서울 양재에서 안성나들목 전까지의 고속도로에서 보수 공사, 청소, 사고 복구 등을 하고 있다.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올 때는 도로 파손이 더 심해 밤에도 늘 대기 상태를 유지한다.
삼복더위에 이글거리며 올라오는 열기를 품은 아스팔트 위로 고속도로 유지보수팀원들의 생명을 건 땀방울이 맺힌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많은 사람들의 안전이 이들의 땀방울에 달려 있다. 그러니 작업 때문에 길이 좀 막히더라도 조금 참자.
수원=사진·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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