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국가대표들이 있다.
피서철, 바다와 계곡, 해외여행 따위는 잊었다.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 오직 연습, 연습뿐이다. 삼복더위가 한창인 지난 7월21일 경기도 분당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합동훈련장에서 만난 박병후(44·청각2급장애)씨.
제8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 ‘사진-실내 부문’ 국가대표다. 그는 한 양변기 회사의 품질검사 담당 사원이다. 어릴 때부터 사진이 신기했고, 사진을 너무 사랑했지만 그놈의 돈 때문에 마음을 접었다. 그러다 2009년 아내에게서 사진기를 선물받았다.
박병후씨가 훈련장에서 연습 모델을 자청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김현주 차장의 포즈를 고쳐주고 있다.
“아주 재밌어요. 모르는 걸 하나씩 알아가는 게 뿌듯하고요. 그러다 보니 국가대표가 됐네요. 나중에는 사진을 통해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고 싶어요.” 박씨의 손짓말에서 열정이 느껴진다.
“어떤 분은 욕창이 생길 정도예요. 성실하고 집중력이 대단합니다. 실력도 뛰어나고요. 그런데 입상지원금 등을 보면 차별당한다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습니다. 이분들에겐 절실한 부분이거든요.” 이날 기자와 함께 선수단의 훈련 모습을 지켜본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안희 과장은 선수단을 꾸려가는 데 가장 힘든 게 ‘사회의 무관심’이라며 사회가 좀더 따스한 마음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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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은 9월25일 서울에서 열린다. 대회 5연패를 목표로 하는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79명은 경기 분당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을 비롯해 경기 고양, 대전, 부산 등 훈련장에서 오늘도 열심히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분당=사진·글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박병후씨와 훈련지도사(수화통역) 김화진씨가 수화로 대화하고 있다.
우송식(왼쪽, 36·지체1급, ‘제품디자인’ 부문)씨는 2007년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너무 바빠서 고통에 빠질 틈이 없었다. 집중력이 뛰어나 연습하다 욕창이 생기기도 했다. 훈련 도중 대회 과제인 헤어드라이어 디자인 연습 작품을 두고 장애인올림픽 조직위원회 안희 과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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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분당에서 훈련 중인 국가대표들.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은 1981년 유엔에서 정한 ‘세계 장애인의 해’를 기념해 장애인의 기능 향상, 사회·경제 활동의 참가 의욕 고취, 고용 촉진에 따른 안정 도모를 목적으로 시작돼 4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조성국(34·지체6급, ‘자전거 조립’ 부문)씨가 자전거 부품을 매만지고 있다.
이수정(34·뇌병변2급, ‘개인용데이터베이스’ 부문)씨는 성격이 좋아 동료들과 친하다. 자신의 분야가 쉽지는 않다고 말하지만 자신감이 충만해 있다.
김태균(41·청각2급, ‘실크스크린’ 부문)씨는 장애인을 뽑지 않던 예술고등학교에 응시해 실기 만점으로 특별히 입학을 허가받은 일이 있을 만큼 재능이 뛰어난 화가다. 이미 해외에서 개인전까지 연 어엿한 화가이지만, 지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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