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라서 고립된 곳인 줄 알았습니다. 섬이라서 답답하게 지냈습니다. 내 조막손 안 카메라는 우리의 섬을 광활한 대지로 만들었습니다.” 지난 4월 전남 완도군 청산면에서 ‘청산도보다 더 아름답다’라는 제목의 사진전이 열렸다. 사진집에 실려 있던 이 글의 주인공은 청산중학교 사진반 학생.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1년 만에 열린 전시회니 ‘사진작가’로는 꽤 빠른 등단이다. 어린 사진작가들 뒤엔 홍진선(46)씨가 있다. 그는 2009년 청산도에 사진을 찍으러 왔다가 인연이 되어 2010년 4월부터 지금껏 한 달에 보름씩 사진을 지도해주고 있다. 무인도화돼가는 섬들을 보며 가장 한국적이라는 청산도의 아름다움을 남기는 일을 이곳에 뿌리를 둔 아이들의 렌즈를 통해 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을 하는 아이들에게 필름 카메라가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라고 믿었어요.”
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을 발표하며 왜 찍었는지를 설명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정작 아이들에겐 어떠했을까? 고병준(15) 학생은 “전시할 사진에 글을 써오라고 해서 당황했고 글을 쓰는 게 사진을 찍는 것보다 어려웠는데, 지금은 내가 글을 이렇게 잘 쓰게 될 줄 몰랐다”며 자랑스러워한다. 김은영(16) 학생은 “남들에게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게 생겼다”며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필름 카메라 하나를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 지금은 전시회를 했던 1기 학생 6명과 2기 학생 8명이 다음 전시회를 위해 섬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이 가운데 1기 학생들은 7월6~15일 서울 성북구청 문화홀에서 ‘청산도보다 더 아름답다’라는 포토에세이 사진전을 열 계획이다.
청산도(전남 완도군)=사진·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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