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공식 일정이 지난 11월12일 모두 마무리됐다.
G20을 앞두고 동물원이나 공원, 야산에서나 볼 수 있는 녹색 펜스가 서울 한복판 강남 코엑스 주변에 설치됐다. 시위대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다. 입국하려던 국제 인권단체 회원 등이 불법집회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항에서 강제 출국당했다.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게 집회·시위 근처에 가지 말라는 선전지를 나눠주었다.
각국 정상들이 이용한 코엑스 3층 입구에는 탐스러운 감이 가득 열린 나무가 등장했다. 영하로 떨어진 기온과 칼바람에도 감은 절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바람에 감이 떨어질까봐 철사로 나무에 전부 매달아놨기 때문이다.
G20 회의가 열린 코엑스는 지하철 2호선 삼성역 근처에 있다. G20 기간에는 테러범이 군중 사이에 끼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로 지하철과 버스도 삼성역과 인근 정류소를 그냥 통과했다.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모두 다음 역이나 정류소까지 걸어서 다녔다.
길을 가다 보면 기업이나 기관의 빌딩에는 ‘G20 성공 기원’ 등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 현수막 대부분이 불법 광고물이라고 한다. 옥외광고물 설치는 구청장 등의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허가를 받지 않았다.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그러나 서울시와 구청은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 없으며, 오히려 광고물 설치를 부추겼다. 2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때 각 가정에 붙은 ‘우리 집은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합니다’라는 작은 그림 현수막을 불법이라고 떼라고 하던 것과 대조된다.
G20이 보여주는 2010년 대한민국의 슬픈 초상이다.
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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