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린이가 300원에 산 동화책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기자
마을 초등학교의 전체 학생 수가 150여 명밖에 안 되는 경기도 여주군 산북면 상품리. 한적한 마을의 조그만 도서관이 갑자기 부산스럽다. 도서관 주차장에 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가을 책 벼룩시장’이 열린 것. 마을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돗자리를 펴고 집에서 가져온 책과 장난감에 가격표를 붙이고 맘에 드는 책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다.
“이 책은 율곡 이이란 사람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에 대한 얘기로….” 저학년 학생들을 모아놓고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설명하는 고학년 선배의 호객(?) 행위가 제법 세련됐다. 하나에 200원 하는 동화책 5권을 살 돈이 없는 어린이는 책 주인에게 구두로 예약을 하고는 돈을 가져오기 위해 집으로 냅다 뛴다. 이날 가장 장사를 잘한 3학년 은우는 만화책 열 권을 순식간에 팔아버리고는 매물로 나온 커다란 인형과 동화책 두 권을 사고도 2천원이나 남자 또 다른 책에 기웃거린다.
김원자(71) 할머니가 집에서 가져온 책과 교환할 소설책을 고른다. “내가 시골에 살아도 책 읽는 걸 굉장히 좋아해. 난 소설이 좋더라고, 재미나잖아.”
이르게 찾아온 가을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쉽게 팔리지 않는 책들의 가격도 점점 내려간다. 300원에서 200원으로 내려가더니 곧바로 한 권을 사면 덤으로 두 권을 준단다. 해가 질 즈음, 각자 가지고 온 책과 장난감이 모두 팔렸다. 아니 팔렸다기보다는 ‘교환’에 성공했다. 작은 공간에서 서로 나누는 알뜰한 문화마당이 성공리에 끝났다.
여주=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위인전이 한 권에 300원에 거래되고 있다.한겨레 윤운식 기자
벼룩시장에 참여해 책을 살펴보는 마을 주민들. 한겨레 윤운식 기자
벼룩시장에 참여해 책을 살펴보는 마을 주민들. 한겨레 윤운식 기자
벼룩시장에 참여해 책을 살펴보는 마을 주민들. 한겨레 윤운식 기자
벼룩시장에 참여해 책을 살펴보는 마을 주민들. 한겨레 윤운식 기자
자신이 가져온 만화책을 순식간에 팔아버린 은우는 커다란 인형과 장난감, 책 두 권을 사고도 2천원이나 남았다. 한겨레 윤운식 기자
누군가 구매 예약 표시를 해놓고 간 동화책.한겨레 윤운식 기자
자신이 가지고 놀던 인형을 펼쳐놓은 어린이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기자
200원짜리 돼지 인형은 금방 팔렸다.한겨레 윤운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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