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게 어디 팔, 다리뿐일까. 폭약이 훑어내린 몸뚱이, 꿈도 희망도 한꺼번에 사라졌으리라. 치명적인 그날, 곁에 있던 가족마저 떠나갔다면…. 살아남은 게 더 이상 축복은 아닐 터다. 전쟁이 만들어낸 무간지옥, 그 땅에 갇혀 사람이 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서부 알리아바드, 카불대학로 한쪽에 국제적십자·적신월사(ICRC)가 운영하는 정형외과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1987년 카불에 사무소를 마련한 ICRC가 이듬해 가장 먼저 시작한 사업이 정형외과센터였다. 전쟁으로 찢기고 상한 육신에 새 희망을 가져다주는 일은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공식 통계조차 없는 아프간, ICRC는 현재 아프간에 이동 장애가 있는 이들만 약 8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중 약 4만 명은 몸의 일부를 잘라낸 이들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재활시설 중 하나로 꼽히는 카불 정형외과센터에서 일하는 현지인 직원은 모두 300명을 헤아린다. 이들 모두 장애인이다. 한 해 이곳에서 제작하는 의수·의족은 약 1800개, 휠체어와 목발 등 보행 보조기도 각각 1천 개와 6천 개가량 만들어진단다. 센터가 문을 연 뒤 지금까지 약 9만1천 명이 이곳을 거쳐갔다. 소아마비나 뇌성마비 등 질병에 의한 장애도 돌보고 있지만, 환자의 약 80%는 전쟁이 만들어냈단다. 전쟁은 오늘도 불을 뿜지만, 삶은 계속돼야 한다.
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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