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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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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빚는 하회탈 30년

하회마을 탈박물관 책임자 김동표씨, 더 잘 만들려 탈놀이에도 직접 참여
등록 2009-07-25 10:32 수정 2020-05-03 04:25

“양반은 체면과 허풍입니다. 곧 죽어도 아프다는 말을 안 해요. 그 표정이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탈에 턱끈을 조여매던 김동표(58)씨가 양반탈에 대해 설명했다.

작업장에서 나무를 깎고 있는 김동표씨.

작업장에서 나무를 깎고 있는 김동표씨.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하회마을 부근에 자리잡은 ‘탈박물관’의 책임자인 김동표씨가 하회탈의 매력에 빠진 것은 1978년. 서울에서 한창 잘나가던 목공이던 그에게 누군가 우표에 그려진 하회탈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모양이 영 맘에 들지 않고 표정도 잘 살아나지 않았다. “그때 제법 잘 만들었으면 이 길로 들어오지 않았을 겁니다.” 하회탈을 잘 만들어보고 싶은 열망에 김씨는 전국을 돌며 자료를 수집했지만 기념품용으로 나온 것 말고는 전무한 상태였다. 1980년 아예 본고장인 이곳 하회마을로 내려와 ‘부용탈방’이라는 작업실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하회탈 제작에 나섰다. 1983년부터는 하회별신굿 탈놀이에 직접 각시 역할로 참여해 이수자로 등록되기도 했다. “만들기만 하니까 성이 안 차더군요. 직접 굿판에 참여해야 더 잘 알 것 같았죠.” 이런 노력이 인정받았는지 지난 1999년 영국 여왕이 안동을 방문했을 때 선물로 준 하회탈 제작도 김씨가 맡았다. 한 달 동안 공을 들여 만들었다.

김씨가 만든 각종 하회탈이 벽에 걸려 있다.

김씨가 만든 각종 하회탈이 벽에 걸려 있다.

완성된 양반탈.

완성된 양반탈.

작업장 책상 앞에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된 국보 하회탈의 사진이 걸려 있다.

작업장 책상 앞에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된 국보 하회탈의 사진이 걸려 있다.

10년 된 오리나무를 파고드는 끌.

10년 된 오리나무를 파고드는 끌.

30년을 외길로 살아온 김씨는 웃는 모습도 하회탈을 닮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30년을 외길로 살아온 김씨는 웃는 모습도 하회탈을 닮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조용하고 조그만 그의 작업장에서는 나무 깎는 소리만 들린다.

조용하고 조그만 그의 작업장에서는 나무 깎는 소리만 들린다.

“제가 하는 건 복원도 아니고 보존도 아닙니다. 전 단순히 모조하는 사람이죠. 30년을 똑같이 해도 뜻대로 안 되는 거 같아요.” 10년 된 오리나무를 파는 그의 이마에 땀이 맺힌다. 최고의 경지에 오른 장인의 겸손이 힘을 주는 그의 손끝에서 조각칼로 전해진다.

안동=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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