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머리가 있는 인간인데, 20여 년 동안 내 자유로는 한 번도 못 나오고 처박혀 살았어. 누구한테 지시 안 받고, 내가 먹고 싶은 거 먹고, 나도 자유롭게 살고 싶어. 우리가 그렇게 살고 싶다는데, 왜 못하게 해? 우리가 죄인이야?” (주기옥·63·시설생활 21년)
“‘좋은 시설’이란 없어요. ‘수용시설’에서 죄인처럼 동물처럼 사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인간답게 살고 싶어요.” (김진수·60·〃 20년)
노숙 엿새째인 6월9일 밤 중증장애인들이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야외 공연장에서 들이치는 빗줄기를 비닐로 막은 채 잠을 청하고 있다.
20년 넘게 경기 김포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살아온 김동림(47·〃 22년), 김용남(51·〃 20년), 방상연(38·〃 28년), 홍성호(56·〃 26년), 하상윤(37·〃 27년), 황정용(51·〃 6년)씨 등 중증장애인 8명이 6월4일 이삿짐을 싸들고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중증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자립주택’과 자립생활에 필요한 정책, 예산 확보 등을 서울시에 요구하며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한쪽에 짐을 부리고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사람 속에서 살고 싶어’ 시설에서 나온 중증장애인들의 표정이 밝다. 노숙 둘쨋날인 6월5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거리홍보를 하던 방상연(왼쪽)씨와 홍성호씨가 밝은 표정으로 얘기를 하고 있다. 방씨는 “밖에 나오니 몸은 더 힘들지만 자유가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석암베데스다요양원을 떠나던 6월4일, 장애인단체 활동가 등이 이삿짐을 나르는 동안 황정용씨가 복도에서 착잡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함께 생활하던 한 중증장애인이 이별을 아쉬워하며 슬피 울고 있다.
시설을 나오긴 했지만 새 주거지가 없어 선택한 궁여지책이다. 주거지가 없어 당장 필요한 활동보조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고, 기초생활수급 신청도 할 수 없다. 이들은 일단 이런 문제부터 해결해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장애인 생활시설을 ‘탈출’한 이들의 바람은 간단하다. “자유롭게, 사람답게 살고 싶다.” 이들이 말하는 ‘자유’와 ‘사람다운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리는 딱 그 정도일 뿐이다. 그 당연한 권리를 찾으려 이들은 겨우 하늘만을 가린 찬 바닥에 불편한 몸을 누여 잠을 청했다.
노숙 둘쨋날 저녁 식사는 자원활동가 등이 준비한 즉석카레와 즉석자장이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황정용(왼쪽)씨가 잡곡밥에 김치만을 반찬 삼아 식사를 하고 있다.
6월5일 오후 탈시설 중증장애인들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 긴급구제 신청을 하고 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는 장애인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아요. 사회가 준비돼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배우지도, 일하지도, 연애를 하지도 못하고 시설에 사는 거예요. 나를 고쳐야 하나요, 사회를 고쳐야 하나요?” 이번에 함께 나오지는 못했지만 뜻을 같이하는 김현수(34·〃 25년)씨의 말이다.
사진·글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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