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월8일 저녁 7시13분 서울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미끄러져 들어온 지하철이 토해낸 승객들은 갑작스런 한기에 흠칫 놀라며 개찰구로 향한다. 이때를 놓칠세라 초보 ‘예술가’ 임현석(22)씨가 자신의 첫 거리 기타 연주를 시작한다. 감미로운 클래식 기타 소리에 잠시 고개를 돌렸던 이들은 이내 발걸음을 재촉해 역을 빠져나간다.
첫 거리공연에서 긴장한 임현석씨가 연주 중 실수를 한 뒤 응원 온 친구들을 향해 활짝 웃고 있다.
#2. 1월13일 오후 3시 지하철 1·3·5호선이 만나는 종로3가역에서는 한바탕 흥겨운 춤판이 벌어졌다. 대학 친구 사이인 ‘듀오색소폰’ 유인현(53)·박민석(53)씨가 연주하는 구성진 옛 유행가 가락에 흥이 난 어르신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자리를 뜰 줄 몰랐다. 4~5년 전 취미로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해 올해 처음으로 거리 연주를 시작한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취미가 됐다”며 “모금활동을 해 좋은 일에 쓸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듀오색소폰’ 박민석(왼쪽)·유인현씨가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다. 이날은 이들의 네 번째 거리공연이었다.
김성문씨가 전통악기의 5음계 대신 7음계를 낼 수 있도록 스스로 개량한 중금을 연주하고 있다. 김씨는 바이올린을 전공했고 목조건축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연주는 봉사활동”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3. 힙합과 리듬앤드블루스(R&B)를 부르는 ‘미스초혐오’, 전통악기인 중금 연주자 김성문(62)씨, 3인조 발라드 그룹 ‘네이쳐’ 등의 무대가 이어진 1월17일 오후 지하철 2·4호선 사당역은 활기가 넘쳤다. 올해 정식 음반을 낼 예정인 네이쳐는 3년째 해온 지하철 공연으로 이름을 많이 알렸다고 자평했다. 공연을 보던 정혜수(20)씨와 오소진(20)씨는 이들의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고 사인을 받으며 즐거워했다. “데뷔 전 신인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다. 재밌다.”

‘미스초혐오’가 서울 사당역 ‘종합공연’에서 흥겨운 힙합곡을 부르고 있다.
3인조 발라드 그룹 ‘네이쳐’의 ‘미스터 스마일’(왼쪽)이 공연을 보던 정혜수(오른쪽)·오소진씨에게 다가와 이들만을 위한 노래를 부르자 정씨와 오씨가 쑥스러워 입을 가리며 웃고 있다.
#4. “슬퍼도 웃어야 하는 ‘삐에로빈’” 신승빈(28)씨는 1월28일 저녁 8시27분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화장실에서 분장을 지웠다. “처음엔 풍선을 팔려고 삐에로 공연을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몰려들어 구경하자 가슴이 벅찼다”는 신씨는 이제 공연에만 전념한다. 그는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느냐는 주위의 걱정스런 시선도 있지만 무대에 서면 짜증나던 일도 잊을 만큼 즐겁다”고 말했다.
신승빈씨가 서울 을지로입구역 화장실에서 피에로 분장을 하고 있다.

공연을 마친 ‘듀오색소폰’이 스피커와 악기 등 공연 장비를 실은 손수레를 끌고 지하철을 타고 있다.
#5. 1월12일 오후 서울 지하철 3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충무로역 환승 통로에서 공연한, 10년 경력의 베테랑 ‘버스커’(busker·거리 공연자) 주석렬(38)씨는 “비틀스와 레드 제플린 같은 유명 그룹도 처음 시작은 길거리였다. 거리 공연은 반드시 거쳐야 할 무대”라고 강조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 역사에서 공연을 허가받은 ‘서울메트로 아티스트’ 60개팀 속에는 또 어떤 보석이 숨어 있을까?
사진·글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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