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만난 ‘전주밥차’ 사람들</font>
▣ 문경=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난 5월20일 오후 경북 문경의 드라마 세트장에서는 6월에 방영할 한국방송 드라마 촬영이 한창이었다. 세트장 마당 한쪽에 야외 식당이 차려졌다. 1톤 트럭 안에 차려진 뷔페식 식사에 스태프들은 신이 났다. 꽁치조림, 버섯 요리, 어묵조림, 샐러드, 깻잎, 콩나물국까지 보기만 해도 식욕이 절로 나는 반찬들. 너나 할 것 없이 접시에 밥과 반찬을 수북이 쌓았다. 바쁜 촬영 현장에서 ‘밥차’는 맛있는 한 끼를 제공하고 시간도 벌어준다. 현장 담당 PD 이승현씨는 “밥차 하면 ‘전주밥차’로 통하죠”라며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달려와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말했다.
‘전주밥차’란 이름을 달고 전국 각지의 촬영 현장을 누비는 차는 3인 1조 6대. 1호차는 물론 채수영(39) 사장의 차다. 그는 대학에서 방송연예를 전공했다. 졸업 뒤엔 보린프로덕션이란 기획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광고·홍보 영상물 등을 주로 찍었다. “오지 현장에서 촬영하다 보면 밥 먹을 곳이 없어 끼니를 거르거나 김밥으로 해결했죠. 영화 쪽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마찬가지고요.” 김밥이나 햄버거에서 벗어난 ‘밥다운 밥’, 그래서 밥차를 구상하게 됐다. “어느 시간에든 어떤 장소에서든 즉석에서 조리해 따뜻하게 내놓는 밥상. 영화촬영 현장엔 이게 꼭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그는 주문을 받으면 제작팀의 나이나 남녀 비율까지 꼼꼼히 살펴서 식단을 짠다. 날씨에 따라서도, 그날 촬영 분량이나 촬영 지역의 특성에 따라서도 밥상 메뉴가 달라진다. “먼지 나는 맨땅에서 촬영을 많이 한 날이면 삼겹살 같은 것을 준비하고….” 그렇듯 순발력 있게 현장의 다양한 변수를 종합해 한 끼의 밥을 차려낸다.
“지난 1∼2년 사이 30여 대의 밥차가 새롭게 뛰어들었지만 지금 남은 차는 15대에 불과해요.” 그만큼 밥차 운영이 만만치 않다는 말일 것이다. “예측불허의 상황들도 많아요. 비가 와서 촬영이 취소되거나 밥때가 수시로 변경되거든요. 오후 6시에 먹기로 했던 저녁밥을 촬영에 쫓겨 밤 10시 넘어 먹기도 하고, 70인분을 준비해달라고 했다가 40인분을 추가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음식을 더 만드는 일도 있어요.” 영화촬영 현장의 생리를 이해하고 동고동락하는 한 식구의 마음가짐으로 임하지 않으면 버텨내기 힘든 일이다. 강원도 산간 오지부터 남해 외딴섬까지 가지 않는 곳이 없다. 밥을 챙겨 먹기 어려운 장소일수록 밥차의 진가는 빛난다.
“지난해 문화방송 드라마 의 경우 점심은 전남 완도, 저녁은 나주 세트장, 다음날 점심은 용인민속촌…, 이런 식으로 강행군해야 하는 작업이었어요. 이동 자체도 힘들지만 스태프보다 3시간은 먼저 도착해서 음식을 준비해야 하니 정말 땀나지요.” 시간 엄수는 촬영 현장에서 철칙.
큰 차일수록 좋을 것 같지만 영화촬영 현장을 달리는 차는 너무 커서도 안 된다. “촬영 작품에 따라 시골 마을이나 비좁은 길도 다녀야 하니까 어느 상황에든 맞추려면 작은 차가 훨씬 낫지요.” 그래도 한 차에 최대 500명분까지 탑재가 가능하다.
그가 현장에서 누구보다 관심 갖고 마음써 챙기는 이들은 젊은 스태프들이다. “영화촬영 현장은 양극화가 심한 곳이에요. 영화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버티지 못할 열악한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에 절로 마음이 움직여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밥상 차리는 일이니 그저 맛있는 밥으로 응원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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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한겨레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