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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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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야, 부탁해

등록 2008-04-11 00:00 수정 2020-05-03 04:25

조련사와 한 몸이 되어 ‘수중쇼’ 펼치는 과천 서울대공원의 돌고래들

▣서울대공원=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돌고래공연장. 큰 박수 속에 등장한 조련사가 멋지게 물속으로 몸을 날리더니 돌고래 등지느러미를 잡고 물 위를 쏜살같이 가로지른다. 만화영화 속 ‘바다의 왕자, 마린보이’ 같다. 돌고래의 가슴지느러미 2개를 맞잡고 물에서 빙빙 도는 장면에서는 누가 사람이고 누가 돌고래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금등·돌비·쾌돌·대포 네 마리의 돌고래와 박상미·박창희·이석천·송세연 네 명의 조련사가 호흡을 맞춰가며 현란한 묘기를 보여준다.

이전 쇼에서는 조련사들이 물 밖에서 지시만 한 반면, 수중쇼에서는 돌고래와 조련사가 파트너 관계다. 위험하지 않냐고 묻자 박창희(31) 조련사는 “돌고래는 애완동물이 아닌 야생동물이에요. 물속에 함께 있는다는 건 분명 위험하지요. 또 공연장은 좁은데 헤엄치는 속도가 워낙 빨라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어요.”

어려운 훈련이지만, 조련사들은 돌고래를 스파르타식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참 훈련을 하다 갑자기 끝내버려 감질나게 했다. 훈련을 지겨워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돌고래의 감정을 읽으면서 지루하지 않게, 신나고 기분 좋게 훈련에 임하도록 했다. 과제를 잘 수행하면 먹이를 주거나 쓰다듬어주고 ‘잘했다’는 뜻의 휘슬을 부는 등 충분히 보상을 했다.

수중 동물 중 가장 인간과 가깝다는 돌고래. 그렇다고 돌고래가 아무한테나 마음을 주지는 않는다. 눈빛만 봐도 어떤 사람인지 알아본다고. 마음에 안 드는 조련사는 무시하고, 훈련도 하는 척만 할 뿐 말을 듣지 않는다. 딴 짓을 하면서 공연을 망쳐놓기도 한다.

서울대공원 조련사들이 고난도 쇼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돌고래와 쌓아온 단단한 신뢰와 넘치는 애정 때문이 아닐까. 취재하는 동안에도 돌고래들은 서로 자기를 봐달라고 조련사들에게 애정 공세를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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