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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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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에서 질로 미련한 엿 사랑

등록 2008-03-14 00:00 수정 2020-05-03 04:25

30년 넘게 엿을 만들어온 송장근씨 부부, 며느리가 가업 잇겠다니 골병들까 걱정

▣ 담양=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두 사람이 마주 앉아 ‘합치고 당기고’를 거듭하자 노란 갱엿이 어느덧 하얗게 변해간다. 뻑뻑해진 엿가락에 화로의 김을 쐬자 부들부들해진다. 더워진 방문을 열고 차가운 공기를 쬐면서 길게 늘인 엿을 가위로 잘라내면 손가락 크기의 맛있고 달콤한 엿이 완성된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삼지내 마을 송장근(75)씨네는 30년 넘게 엿을 만들어왔다. 부인 김정순(71)씨가 농한기에 먹고살 것이 없어서 시작한 게 이제껏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시상에서 질로 미련혀. 겉보리 시치고 식혜 맹글고, 짜고 달이고 저스고(젓고) 한번 시작허믄 꼬박 이틀을 잠도 못 자고… 골병드는 재주인지도 모르고 시작혔응게.” 삼시세끼 밥은 먹는데 뭔 고생을 하나 싶어서 때려치우려 하는데 하나뿐인 며느리 조성애(48)씨가 가업을 잇고 싶다며 배우기를 원해 기술을 물려주었단다.

“말려도 소용없지라. 가르쳐달라고 허니 어쩔 거시요? 많이 맹글면 힘든께 쪼매씩만 허자 했는디, 어찌들 알고 찾는지….”

이 엿집엔 간판도 없다. 선전하고픈 생각이 없다. 주문이 많은 것도 안 반갑단다.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가 골병들까봐 걱정하는 시어머니의 마음이 애틋하다.

짠해하는 시어머니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며느리의 엿 자랑이 이어진다. “우리가 농사진 걸로 맹그는 우리 엿은 음식이지라. 몸에 좋으면서도 달고 맛나고…. 얼매나 보람진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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