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골짜기 가마에서 40년 넘게 참숯을 구워온 서석구씨
▣ 횡성= 글·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서석구(72)씨는 40년 넘게 강원도에서 참숯을 구워온 강원참숯의 대가이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14살 때부터 객지 생활을 시작한 서씨는 지난 1959년에 군대를 제대하고 먹고살기 위해 횡성군 갑천면 산속에서 숯 굽는 일을 시작했다.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에도 숯 굽는 일은 더 어렵고 고되어 웬만하면 꺼리는 직업이었단다.
“도끼질에 가마 만드는 일, 뜨겁고 잠도 못 자고… 너무 힘들었어. 근데 먹고살려다 보니 이날까지 하는 거야.”

산골짜기에서 숯을 굽다가 가마가 무너져 심한 부상을 입은 적도 여러 번이다. 엄청난 무게의 참나무를 짊어지고 산을 오르내리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다. 마흔 무렵엔 함께 있던 동료가 힘든 생활을 못 견디고 새벽에 도망가는 일이 있었다.
“가마를 버릴 수도 없고 해서 내가 그 사람 몫까지 하다가 결국 사고가 났지. 뜨거운 곳에서 과하게 일을 하다 보니 계속 물이 먹히더란 말이야.” 결국은 탈진으로 근육이 뒤틀리며 산속에서 혼자 정신을 잃은 채 방치됐다가 마침 지나가는 사람이 발견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지난 1982년엔 중국에서 거액의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숯을 굽는 것이 체질상 맞다며 거절했다. 새벽 6시, 지난 40여 년의 세월과 마찬가지로 가마의 문을 헐어내자 일주일 동안 달궈져온 뜨거운 열기가 집어삼킬 듯 서씨의 얼굴로 달려든다. 이글거리는 불 사이로 시뻘겋게 달아오른 숯을 끄집어낸다. 갑자기 차가워진 기운에 적응하지 못한 불꽃이 몸을 뒤틀면서 위로 치솟는다. 이내 모래로 덮어버린 뒤 앞으로 며칠을 식히면 참숯이 완성될 것이다.

불을 대면 순식간에 타오르는 요즘 숯들과 달리 참숯은 화려한 시작은 없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 은은함 속에 스며든 뜨거움, 늦가을 아침에 구워내는 참숯처럼 인생을 살아온 서씨의 이마에 구슬땀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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