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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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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돌아 봄으로 동춘이 간다

등록 2007-02-28 00:00 수정 2020-05-03 04:24

단원들도 떠난 자리 중국 단원으로 채운 80년 전통 이어가는 동춘서커스단…김해·봉화·부여를 지나 장성에서 겨울 나고 봄이면 서울에 천막을 칠까

▣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예전엔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이 녹아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때면 요란한 음악 소리와 함께 서커스단이 나타났다. 동네가 들썩거리고 공터에 서커스단 천막이 세워지면 일대에서는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봄은 그렇게 서커스단과 함께 왔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는 18개 서커스단이 전국을 돌았다. 이들은 서로 경로를 겹치지 않으면서 읍·면까지 들어가 공연을 했다. 하지만 서커스단의 떠들썩함과 신기로운 세상은 텔레비전 등 다른 볼거리에 밀려 하나둘 사라졌다. 이제는 ‘동춘서커스’만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동춘서커스단도 단원들이 떠나간 자리를 중국 단원들이 채우고 있다. 지금은 프로그램의 반 이상을 중국 단원들이 맡는다.

동춘서커스단은 8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1925년 박동춘이 일본 서커스 단원으로 활동하다 30여 명의 조선 사람들을 모아 서커스단을 창단했다. 1960~70년대에는 250명이 넘는 단원과 유명 배우, 희극인들이 함께 활동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6년 동춘서커스단은 경남 김해, 서울, 충남 천안, 경북 봉화와 구미, 충남 부여, 경남 진주, 강원 춘천 남이섬, 광주, 전남 나주를 거쳐 장성에서 공연을 하며 겨울을 났다. 봄이면 서울의 빌딩숲 사이로 천막을 옮긴다.

한 곳에서 한 달 남짓 머무는 떠돌이 인생이다. 상설 공연장을 마련하는 꿈을 동춘은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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