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진 손현철 한국방송 프로듀서
월드컵 첫 상대가 토고로 결정된 것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축구는 아프리카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쿠데타와 내전, 기아와 수탈에 지친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축구는 잠시나마 삶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는 안식처이면서 탈출구다. 산골과 해변, 골목과 차도, 공이 굴러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찢어진 공이든, 싸구려 고무공이든, 발로 찰 수만 있는 것이라면,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스무 명이든 사람이 있기만 하면, 축구는 아프리카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아프리카의 축구는 전 대륙이 앓는 열병이며 종교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축구가 아프리카 사람들이 현실의 모순에 눈감게 하는 아편과 같은 존재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축구를 유일한 위안이자 희망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절실하고 가슴 저미는 축구 경기가 벌어지는 나라가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이다. 이곳에선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11년 동안 벌어진 전쟁으로 5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인구의 4분의 3이 전투를 피해 고향을 버리고 떠돌았다. 납치한 어린아이들에게 마약을 먹이고 전투병으로 이용한 반군은 공포 전술로 민간인들의 수족을 절단해서 악명을 떨쳤다. 이렇게 불구가 된 사람이 2만여 명. 2001년 이들 가운데 일부가 외국 단체의 후원을 받아 축구단을 만들었다. 성치 못한 몸에다 변변한 직업도 없는 이들에게 축구는 삶을 이어갈 희망의 근거였다. 선수들은 매주 토요일 오전, 빈민촌 한가운데 있는 축구장에 모여 기초 체력 훈련을 하고 일반인들과 똑같이 전·후반 45분씩 경기를 한다.
외다리라고 해서 경기가 느릿느릿 진행될 것이라는 구경꾼의 기대는 전반 시작을 알리는 호각 소리가 나자마자 깨져버린다. 목발에 의지한 선수들의 몸놀림은 정상인 뺨칠 정도로 빠르다. 한 발로 공을 모는 드리블이 정교하지는 않지만, 골문 앞에서 강하게 내지르는 슛은 웬만한 골키퍼도 막기 힘들다. 두 팔에 바짝 달라붙은 목발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세 발 달린 새로운 종족이 나타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공을 두고 격렬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축구단에 들어온 후원금을 경기 출전 수당으로 받기 때문에 선수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뛴다. 정작 경기를 하는 선수들은 몸보다는 알루미늄 목발이 부러지는 걸 더 걱정한다. 목발 여분이 없어 고치기 전까지는 돌아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 프리타운에 두 팀, 지방에 한 팀 등 50여 명의 외다리 선수들이 축구단에 등록돼 있다. 이들은 축구를 하면서 서로 위로하고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2005년에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 외다리 축구단 대회에도 참가했다. 손발이 잘린 2만 명 중 더 많은 사람들이 체계적인 축구를 통해 재활을 꿈꾸지만,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한 시에라리온에는 그들을 지원할 예산이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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