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동탄 목리창작촌의 전업 목판 작가 윤엽
땅값 올라 고스톱 치고 술 먹는 사람들을 새기고 싶었던 이유는
▣ 동탄=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윤엽(37), 그가 그리는 것은 ‘일’이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 목리창작촌, 그의 작업실에서 작업노트를 훔쳐보았다. “저녁에, 농사꾼 신씨 아저씨가 술 한 잔 먹더니 뜬금없이 ‘자네 뭐하는 사람이야?’ 하였다. 1년 반이나 옆에서 살았으면서…. 당혹스러웠다. ‘뭐하다니요. 그림 그리잖아요.’ ‘아, 그러니까 뭐하는 사람이냐고?’ ‘그림 그린다니까요. 아, 씨!’ ‘그렇다 치고, 근데 왜 일을 안 해?’ ‘일이요? 일하잖아요.’ ‘뭔 일? 자네가 뭔 일을 하는데?’ ‘그림 그리는 일이요. 으휴.’ ‘야, 됐어. 술이나 따라.’ ‘예, ㅎㅎㅎ.’”
‘사람 윤엽’. 그가 세상으로 열어놓은 집 대문의 이름이다. 윤엽은 수원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극장 간판 그리기를 3년 하고 날일을 다니다, 군대 6개월를 다녀오고는 1993년 수원대 서양화과에 입학했다. 목판을 시작한 것은 1996년. 윤엽은 작가로 살아오면서 개인전을 3번 열었다.
“그동안 전시를 안 한 이유는, 그림을 그렸다 하면 민중미술인 거야. 짜증났어요. 주제가 다 농사꾼이잖아요. 농사꾼 얘길 끄집어내려는 것이 아닌데, 공감대가 맞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그네들을 보면, ‘아, 예쁘다. 좋다!‘ 이런 거 느껴요. 옛날에 막노동을 뛰었는데, 그런 경험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그가 입구 쪽에 있는 작품을 가리키며 말을 잇는다.
“<객사리 사람들>이란 작품이에요. 이 사람들을 목판으로 파고 싶었어요. 썩어빠진 사람들, 땅값 올라서 돈 벌더니 고스톱이나 치고, 술이나 먹고. 그런데 그 안에 튼튼한 게 있어요.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은, 굉장히 천박한데 아름다운 것이 있어요. 그런 삶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의 작품은 튼튼하다. 주변에서 보는 자연과 사람, 그 터의 이야기를 다룬다. 저마다 강인한 애착을 보이는 ‘생’(生)의 증인들 같다. 그가 검은 눈동자를 또렷이 하며, 헤헤 웃으며 말을 잇는다.
“지금, 내가 사는 게 재밌어요. 보이는 것마다 다 잡고 싶은 느낌. 어떤 때는 손이 안 따라줘요. 가슴으로는 가는데. 세상을 보면 막 좋은데, 그것을 행위로 가져가기 힘들어요. 안 하고 있어도 행복하고. 아니겠지, 계속 안 하면은… 괴롭겠지.”
깡마른 체구는 예술가의 모습이라기보다 농군에 가깝다. 그 스스로 ‘자연을 큰 스승 삼아’ 살아왔기에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이 시대의 목판은 무엇일까? “증거를 남길 소임이 있어요. 민중미술에 대해, 그것이 80년대에 끝나고 만 것인가. 씨줄과 날줄처럼 역사 속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여전히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것들을 남겨야겠지요.” 무너뜨리고 파헤치는 개발의 질주 속에 그가 발견하고 있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상생, 그 어우러짐이다. 죽은 나무의 숨결을 통해 ‘사람 윤엽’은 삶의 근원을 증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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