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흔적,
추억과 바꾼 쓰레기여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휴가 끝물의 해수욕장은 깨끗했다. 서늘한 공기가 계절의 순환을 알려온다. 그러나 해수욕장의 자정능력은 막힌 지 오래였다. 함부로 버린 날카로운 병조각이 우리 아이들의 발바닥을 노리는 흉기로 돌아온다.

여전히 해변 뒷길엔 여름 한철 민박용으로 사용된 가건물들이 반쯤 부서진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은 낚시터엔 손님 하나 없지만 수풀에는 쓰레기들이 한 더미다.

휴가 끝물을 무심코 훑어간 렌즈는 쓰레기 더미를 보여줄 뿐이었다.
귀갓길 교통정체. 잠시 차를 세워 쉬었다 가도 되지만, 김포 갓길에 남겨진 뒷모습은 자질구레하다.

정차된 트럭 옆엔 차창 밖으로 던져진 맥주 깡통과 안주들이 흩어져 있다. 여름 휴가가 끝나고 둘러본 곳엔 우리의 추억과 바꾼 쓰레기들이 남아 있었다.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흔적이 꼭 쓰레기여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빗물에 쓸려온 쓰레기에 눈 찌푸리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덕을 쌓는다고 방생한 자라, 그도 쓰레기로 골머리를 썩인다.

애꿎은 카메라만 씁쓸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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