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 열린 지난 10월5일 서울 잠실야구장.
“쎄리라 쎄리라 롯데 전준우!”
뿔난 ‘부산 갈매기’ 야구팬들이 고함을 질렀다. 초반 2연승으로 기대감에 잔뜩 부풀었던 터라 2연패 뒤 5차전마저 내주게 된 상황에서 롯데 팬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점수차가 9 대 1로 벌어진 뒤 롯데는 간간이 추격전을 벌였지만 6회 두산 포수 용덕한의 기습 도루에 허를 찔리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곧바로 오재원의 후속타가 이어졌다.
서울 출신의 ‘부산 갈매기’ 허유진(24·학생)씨는 “올해는 꼭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길 기대했는데 1, 2차전 승리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워요. 그렇지만 올해 부상으로 주요 선수들이 빠졌는데도 끝까지 열심히 싸워준 롯데 선수들이 자랑스러워요. 짧지만 가을 야구를 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큰 점수차로 지고 있었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응원한 팬들의 모습은 최고라고 생각해요. 잠실을 마치 우리 홈처럼 만드는 응원! 롯데 팬이라 다행이에요. 롯데가 다시 우승할 그날까지 앞으로도 열심히 응원할 겁니다. 자이언츠 파이팅!”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좋아한 허씨가 본격적인 야구팬이 된 것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이 우승하고 나서다. 이렇게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한국 야구는 올해도 바람을 이어갔다. 지난해 기록을 깨면서 592만8626명의 관중이 들어 역대 최다 관중 동원. 더구나 허씨 같은 젊은 여성팬이 부쩍 늘었다. 젊은 팬들은 응원하는 팀도 다양하다. 아버지가 롯데 팬이어서 함께 보다보니 사투리 쓰는 게 좋아서 허씨도 롯데의 팬이 됐다. “전 서울이 고향이고요, 오빠는 LG 팬이에요. 어느 날 저희 쪽 관중석으로 공이 날아왔는데 ‘아~줘라 아~줘라’ 하는 거예요. 무슨 말인지 몰라 옆사람한테 물어보니 ‘공을 아이한테 줘라’라는 뜻이래요.”
왜 혼자 왔느냐고 물으니 친구들은 두산 팬이라 맞은편에서 두산을 응원한다고 했다. 3년 만에 골수 롯데 팬이 된 셈이다. 그는 앞으로 야구 전문 리포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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