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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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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소, 북녘의 당신”

등록 2010-09-30 10:24 수정 2020-05-03 04:26
9월15일 서울 남산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민원실에서 만난 박성곤씨가 북에 두고온 가족들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어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9월15일 서울 남산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민원실에서 만난 박성곤씨가 북에 두고온 가족들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어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의정부, 동두천, 철원을 거쳐 원산, 덕원, 문천, 전탄 고원을 지나 마장역에서 내렸지. 서울을 떠나 6~7시간이면 갈 수 있었어.” 추석을 일주일 앞둔 9월15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있을 것이란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해져 서울 남산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민원실을 찾은 박성곤(87·경기 남양주) 할아버지는 60여 년 전 직장이 있던 서울을 고향에서 기차로 오가던 추억을 떠올리며 감회에 젖어들었다.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때가 좋았는데….”

함경남도 영흥군 억기면 신흥리(현 함남 금야군 흥평리)가 고향인 박 할아버지는 1948년 11월 홀로 남쪽으로 내려왔다. 고향에 2살 연상의 아내와 8살과 5살 된 아들을 남겨둔 채였다. 이듬해 아내가 아들을 하나 더 낳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고는 끝이었다. 전쟁이 났고 다시는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가족도 친척도 하나 없이 홀로 남으로 온 박 할아버지는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면 북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마음이 쓸쓸해진다. 남쪽에서 다시 결혼해 오남매를 뒀지만 그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선물 보따리 챙겨들고 고향에 찾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 얼굴이나 한 번 보고 눈 감으면 마음이 편하겠다 싶은 거지, 별 이유 있나. 누이동생도 보고 싶고…. 당장 만날 수 없다면 소식이라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박 할아버지의 친구들은 이미 대부분 세상을 등졌고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사진·글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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