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의령에서 열린 제23회 전국 소싸움 대회에 참가한 김순철(43)씨는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자신의 싸움소 7마리 가운데 6년생 ‘날벼락’과 ‘먹돌이’ 단 두 마리만이 1회전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차피 이번 대회는 마 날비락(날벼락)이의 시험 무댑니더. 싸움소는 6살에서 8살까지가 한창인데, 우리 날비락이가 얼매나 할 수 있나 그기 궁금해서 나왔다 아임니꺼. 먹돌이는 몇 차례 나와서 전적이 좋은데, 이노마 날비락이는 몇 년 전에 한 번 나와가 전부 부전승으로 올라가서 2등까지 했는데, 한 판 하고 2등이라카이 얼매 하는지 몰라서 데리고 왔심더.”
김씨는 그동안 전국대회에서 6번이나 수상해 이 바닥에서는 제법 경력이 화려하다. 그중 ‘보열’이란 소는 재작년 경남 창원 대회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은 싸움소라고 비켜가지 않았다. 10살이 넘은 보열이는 이번 대회 1회전에서 탈락했다. 김씨의 소는 세대교체기에 있는 셈이다.
화려한 경력과 달리 김씨가 이 일을 시작한 건 8년밖에 되지 않았다.
“어릴 때 소싸움 구경해보면 아주 재밌어서 커서 꼭 해보고 싶었는데, 어른 돼서 소 키우다가 비육장에 있는 소 꺼내서 연습시키고 하다 보이 이 길로 들어섰다 아입니꺼.”
이 일을 돈 때문에 하냐고 묻자 손사래를 친다.
“1등 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고 우승해서 상금 타봐야 1년 소 기르는 값도 안 나옵니더. 그냥 대리만족이죠. 이길 때 느끼는 쾌감, 안 해본 사람은 모릅니더. 그리고 소는 매력 있어요. 깔끔합니데이. 정면승부해서 지면 바로 인정합니더. 뒤에서 공격하는 일이 없고…. 사람보다 낫지예.”
의령=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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