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를 놓친 봄 덕분에 4월 하순에야 진달래·목련·벚꽃 등 온갖 꽃이 한꺼번에 피어 아우성치는 대학 캠퍼스에서 김신우(20·연세대 정치외교학과 3)씨를 만났다. 그는 조금 지쳐 보였다. ‘21세기 동북아국제관계’ 과목의 중간고사를 막 치르고 나왔다는 김씨는 전날 도서관에서 밤새워 공부했다고 했다. “시험에 대한 예의 아닌가요? 할 만큼 했다는 자기만족? 하하하.” 뜻밖에 기분 좋은 웃음과 유쾌한 답이 돌아왔다.
연극동아리 활동을 하는 김씨는 중간고사가 끝나도 5월 말로 예정된 공연 준비 때문에 쉴 틈 없이 바쁠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 때는 해야 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지금,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앞으로 내가 나갈 길도 찾을 수 있겠죠.” 상식, 작문, 신문 읽기, 영어잡지 읽기 등 각종 스터디 모임과 학회를 두세 개씩 하며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친구들을 보면 ‘경쟁에서 뒤처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나 일을 하다 보면 그런 거 없어도 되지 않나요?”라며 스스로 답을 찾고 있다. 연애에도 그런 자의식이 투영됐나 보다. “남자친구요? 고려대를 자퇴한 김예슬씨를 ‘현실도피’라고 하더라고요. 김씨가 그런 결단을 내릴 때는 그만큼 확고한 신념이 있었을 텐데…. 생각의 차이가 너무 커 더 이상 사귈 수 없었어요.”
1학년 때는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었고 2학년 때는 PD나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요즘은 영화 마케팅에 관심이 있다는 김씨. “평균수명이 길어졌잖아요? 인생은 긴데, 왜 20대에, 이 좋은 시기에 이렇게 많은 것을 급히 결정해야 하는지 답답해요. 조금 더 여유롭게 고민하고 공부하고 경험해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천천히 결정하면 안 되나요?” 분명, 이 물음에 대한 답도 그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사진·글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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