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불통: 불교와 대통령

등록 2013-12-06 17:26 수정 2020-05-03 04:27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좀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좀더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동안거(겨울인 음력 시월 보름날부터 이듬해 정월 보름날까지, 승려들이 일정한 곳에 머물며 도를 닦는 일)에 들어가야 할 승려들이 지난 11월28일 ‘박근혜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 수호를 염원하는 시국선언’을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앞에 모였다. 참석자들은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과 이를 비판하는 사람과 종교인을 종북세력으로 몰아가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사태를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린 심각한 헌정질서 파괴’라고 규정했다. 승려들은 불통으로 일관하는 대통령에게 부처님이 가르친 지도자의 10가지 덕목 중 ‘불상위’(不上違)를 강조했다. 훌륭한 지도자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그들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 토론하고 논의해 국가와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천주교, 기독교, 불교 등 종교계의 시국선언과 종교행사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종교인들의 고언을 듣지 않고 지엽적인 문구를 문제 삼아 ‘국론 분열 행위 엄단’만을 말한다. 검찰은 이에 화답해 시국미사에서 강론을 펼친 박창신 신부에 대한 수사를 하겠단다. 불통의 끝을 보여준다. 대통령은 상대방을 절멸시키고 굴복시키는 자리가 아니다. 설령 자기를 반대하더라도 그 세력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다.

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