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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릿발 칼날진 하늘에 서다

등록 2013-11-23 15:59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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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들에서 나는 소리가 귀를 때린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진다. 도로 옆 들판 위 홀로 낯설게 서 있는 대형 광고판에는 익숙한 글귀와 반대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펼침막에는 ‘폭력사주 이기봉·최성옥 구속하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 홍종인 아산지회장과 이정훈 영동지회장이 지난 10월13일부터 충북 옥천군 옥천읍 경부고속도로 옥천나들목 근처 22m 대형 광고판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홍 지회장은 이미 지난해 10월21일부터 지난 3월20일까지 충남 아산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 굴다리에 매달린 천막에서 151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였다. 홍 지회장이 다시 고공농성을 시작한 것은 이미 국회와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통해 유성기업 사 쪽의 부당노동행위가 밝혀졌는데도 노동부가 경영진에 대해 불구속 기소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사 쪽은 고공농성이 시작되자 지난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홍 지회장과 11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 홍 지회장은 “노동자는 신속 처벌을 하면서 경영진의 불법행위에는 눈감고 있다. 이게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법치주의 국가인가?”라고 물었다. 이 땅의 노동자는 힘들다. 땅에서의 외침은 곧장 묻힌다. 목숨을 걸고 하늘에 올라가서야 외침이 조금 멀리 날아가고 들어주는 시늉이라도 한다.

옥천=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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