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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록 2013-10-12 15:43 수정 2020-05-03 04:27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20131004/정용일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20131004/정용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옆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어르신들이 번호표를 들고 배식을 기다리고 있다. 어르신들이 점심 한 끼 무료로 먹기 위해 배식 시작 30분 전부터 길게 줄을 선다. 10월2일 ‘노인의 날’을 이틀 앞둔 9월30일에는 부산의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지 5년이 넘은 60대 할머니가 발견되었다. 할머니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옷을 아홉 겹이나 껴입고 있었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자살률이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유엔인구기금이 발표한 노인복지지수는 91개국 중 남아프리카공화국(65위), 우크라이나(66위)보다 낮은 67위다. 특히 연금과 빈곤율 등을 반영한 노인소득지수가 90위로 세계 최하위다. 월 20만원씩을 노인들에게 주겠다는 대선 공약을 취임 7개월 만에 공염불로 만들어버렸음에도 한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노인들의 82%는 ‘박근혜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말했단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외로운 노인들의 나라, 그럼에도 분노하지 않는 노인들의 나라다.

사진·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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