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에 시작한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로 인해 한국전력과 반대쪽 주민들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9월26일 이성한 경찰청장은 밀양경찰서를 방문해 “공사 방해나 경찰 폭행 등 송전탑 현장의 불법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전과 정부의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다. 10월 초 공사 재개를 위해 공권력이 들어온다는 말에 송전탑을 지키던 정임출(72)씨는 “공권력 오라고 해. 더는 물러설 곳도 없고 기다릴 것도 없다. 난 그들과 싸우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내 한 몸 지키기도 힘든데 경찰과 어떻게 싸우겠나. 그러나 들어오는 순간 우리는 이곳을 죽을 각오로 지킬 거다. 지난해 1월16일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분신한 이치우씨는 혼자 갔지만 우리는 같이 갈 거다. 진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꼭 이겨서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공권력 투입에 대비해 127번 송전탑 움막 앞에 20명이 들어갈 무덤을 만들어 저항하고 있다. 극단적인 대규모 공권력 투입이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밀양=사진·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