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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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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

등록 2013-09-18 16:43 수정 2020-05-03 04:27

파란 하늘은 나날이 높아지고 들판의 곡식은 알알이 여물어간다. 지독히 무더웠던 여름은 곡식을 야무지게 영글게 했다. 올해에는 태풍이나 홍수 등 이렇다 할 자연재해가 없었다. 3년간 평년에 못 미치는 작황으로 속병을 앓았던 농민들도 모처럼 웃게 됐다. 2013년은 정전 60주년을 맞는 해다. 한국전쟁 당시 정전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던 철원 평야에도 가을은 찾아와 민통선 안쪽의 들판이 노랗게 물들었다. 첨예한 남북 대립으로 멈춰 있던 개성공단의 공장들도 가동을 시작하고 이산가족 만남과 금강산 관광도 재개될 희망이 보이고 있다. 찌푸릴 일도 속상할 일도 여전하지만 시름을 덜고 말해보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만 같아라.

-강원도 철원 소이산 전망대에서

사진·글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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