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비가 흐른다. 지난 8월22일 오전,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김응효 조직차장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조 건물 앞에서 담배에 불을 붙인다. 여름이건만 빗물에 젖은 몸이 차갑다. 내뿜는 담배 연기를 타고 고민과 서러움이 허공으로 흩어진다.
회사는 법원의 판결도 무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는 엉거주춤하거나 소극적이다. 정규직 노조는 ‘현실론’을 내세워 회사 쪽의 ‘사내하청 노동자 3천 명 정규직 채용안’을 받아들이려 한다. 8천여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3천명만, 그나마도 경력 인정 없이 새로 입사하는 형식이다.
비정규직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내하청 문제를 정규직만의 본교섭에서 다루지 말고 비정규직지회가 함께 참여하는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맞섰다. 비정규직지회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전원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와 회사의 교섭 상황을 설명하는 김응효 조직차장의 말은 자주 끊겼다. 김 차장의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보듬은 건 아직 사람이 아니다. 빗물이다.
울산=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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