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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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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파 회장

등록 2011-08-24 10:47 수정 2020-05-03 04:26
한겨레21 김경호

한겨레21 김경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지난 8월18일 국회 청문회에서 “정리해고는 정당하며 회사가 조속히 정상화되면 재고용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답변은 여론의 기대에 턱없이 못미치지만, 무엇보다 말의 진실성을 믿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조 회장은 미리 준비된 ‘청문회 대응 매뉴얼’을 보며 답변했다. “화법을 지루할 정도로 느리고 다소 어눌하게 할 것”, “청문회 개최 여부는 잘 몰랐다고 할 것” 따위가 그 ‘매뉴얼’이다. 일부러 멍청해 보여, 국회의원들 및 TV 생중계를 지켜본 시민들이 지쳐 포기하게 하려는 ‘연기’였을까. 노동자의 밥줄을 파리목숨 거두듯 간단하게 끊어놓은 ‘한진중공업의 제왕’께서 일부러 멍청하고 불쌍하게 보여, 무엇을 얻으려고 한 것일까. 면죄부? 중세시대에도 돈을 주고 면죄부를 샀다는 얘기는 있지만, 양심을 속일 수는 없었다는 걸 아실랑가 모르겠네. 대기업의 ‘총수’께서 이렇게 자존감이 없어서야, 어찌 이 무한경쟁 시대에 대한민국 경제의 안녕을 기대할 수 있겠나. 심히 걱정된다.

참, 8월20일엔 서울시청광장에서 희망시국대회가, 8월27일엔 제4차 희망의 버스 행사가 서울에서 열린다.

사진·글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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