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이종찬
하늘이 뚫린 듯 끝없이 내리던 비가 잠시 물러나 앉은 8월3일 오후. 전북 김제의 들판, 34.5℃의 염천(炎天) 속에서 하얀 꽃들이 피어났다. 묘하게도 밥알을 닮아 있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꽃.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벼꽃이다.
벼꽃은 주로 처서(8월23일께)쯤에 한창 피어나지만, 이 꽃들은 추석에 맞춘 출하를 겨냥해 심은 조생종 벼의 꽃이다. 벼는 스스로 수정을 하는 제꽃가루받이(자화수분) 식물이지만, 비가 오면 수정이 어려워져 쭉정이가 많아진다. 그 때문에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는 옛말이 있다.
이날 비를 멈추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 행사가 서울 민속박물관에서 열렸다.
고장난 하늘이 원망스럽다. 8월8일은 입추다.
김제=사진·글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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