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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옆 마을의 봄비맞이

등록 2011-04-13 18:04 수정 2020-05-03 04:26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의 원전 안전 기준이 높다”고 말한다. 조석준 기상청장은 “일본의 방사선이 한반도에는 유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전국 방사능 측정소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되고 춘천에서는 극미량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되자, 지난 3월29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워낙 미량이라 인체에는 전혀 무해하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7일 국무총리실 주재로 열린 ‘원전 및 방사능 관련 유관기관 대책회의’에서 기상청은 “제주도 빗물의 방사성 물질은 후쿠시마에서 온 것이 아니”라는 견해를 내놨다. 그럼 어디서?

이맘때 내리는 비는 생명을 키우는 단비여야 한다. 그러나 온나라에 봄비가 내린 7일 오전, 산책에 나선 전남 영광군 홍농읍 성산리 양지마을의 한 주민이 우비와 우산으로 중무장을 하고서 원자력발전소 옆길을 지나고 있다.

취재 중 양지마을에서 만난 유덕례(71) 할머니는 “아들이 절대 밖에 나가지 말라 했다”며 외출을 꺼렸고, 이규남(72)씨는 “후쿠시마 사고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겁났다”고 몸을 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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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원전 바로 옆에 사는 양지마을 주민들에게 이날 비는 달디단 봄비가 아니었다.

영광=사진·글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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