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닳지 않는 상처, 닳아가는 시간

등록 2010-08-17 16:12 수정 2020-05-03 04:26
강일출(83)·김순옥(89)·박옥선(87)·김화선(85)·배춘희(87·왼쪽부터) 할머니.

강일출(83)·김순옥(89)·박옥선(87)·김화선(85)·배춘희(87·왼쪽부터) 할머니.

한-일 강제병합 조약 체결 100년을 맞아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사죄의 뜻을 담은 담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언급이나 사죄의 표명은 없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잖아. 가슴에 박힌 못이라도 빼줘야 하는데 그것조차 해주지 않았어.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강일출 할머니는 가슴을 쥐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 ‘나눔의 집’에 모여 있는 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은 또다시 성토했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어느 곳에도 전해지지 않았다. 국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 243명 중 생존자는 87명, 평균연령은 약 84살이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애초에 없었던 일인 양 눈감고 버티면 되는가. 강일출(83)·김순옥(89)·박옥선(87)·김화선(85)·배춘희(87·왼쪽부터) 할머니가 인간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광주=사진·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