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살았다던 봉하마을 신록이 저처럼 빼곡했던가, 논자락 널리 기지개를 폈던가 기억이 없다. “아방궁 같다”던 터에서 투박한 자전거 한 대 고개를 내밀고 자전거 위론 ‘노간지’ 밀짚모자, 밀짚모자 뒤로 조막 같은 아이 있었던가 웃었던가 기억이 없다.
오직 허연 부엉이바위, 수많은 사진 속 그곳만 기억난다.
저 먼저 질린 2009. 5. 23 부엉이바위만 기억난다. 그곳에서 모든 기억 사라진 그 기억만 기억난다.
꼬박 1년 뒤 펜을 드니 숲도 황토도 제 색으로 푼더분하고 아, 부엉이바위엔 나무도 서넛 살았던가.
비몽도 사몽도 사진은 담을 수 없어 꼬박 1년 뒤 펜을 드니 따로 모내기한 들녘에선 백로, 황로, 왜가리 울음이 보이고 페달 소리, 손녀 웃음소리 이제 보인다.
오리농법, 사람 사는 세상, 울면 안 되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삶도 죽음도 모두, 왜 당신이 죽어, 지못미, 잊지 않을 겁니다, 시민의 힘만이… 말들이 춤을 춘다 그가 아직 살아 있다는 봉하마을, n개의 삽화에서 말이다.
펜화 김영택 화백·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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