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파면된 윤여강 전 교사가 지난 2월6일 오전 담임을 맡았던 서울 광양중학교 3학년 1반 교실에서 교탁 앞으로 걸어나온 박재혁(15)군을 꼭 끌어안았다. 박군도 선생님을 부둥켜안았다. 윤 전 교사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는 “여자애들은 많이 안아봤어도 남자애들은 좀 징그럽고 해서 그동안 안아주지 않았는데 오늘은 다 안아줄게”라며 33명의 제자 이름을 하나씩 불러 직접 써온 편지와 책을 전해주고 꼭 끌어안았다. 졸업 선물이다.
빛나는 졸업장을 당신께
애초 해직 교사들이 졸업식에 참석하는 게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서울시교육청의 지시로 학교 쪽이 해직 교사들의 졸업식 참석을 허락했고, 윤 전 교사도 아이들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자 “와” 하고 소리를 지르며 활짝 웃었다. 노란 풍선들이 붙어 있는 칠판에는 아이들이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쓴 편지글이 적혀 있었다. 윤 전 교사와 부담임 오수경 교사가 나란히 교탁 앞에 서서 아이들의 졸업식을 지도했다. 졸업식 내내 교실은 훌쩍이는 소리로 가득했다. 이날 윤 전 교사를 격려하기 위해 찾아온 동료 해직 교사 김윤주·최혜원씨도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눈물을 흘리며 졸업식을 지켜보았다. 학생들은 “선생님과 함께 반창회를 열자”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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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 교사들은 지난해 12월24일 서울시교육청에 소청심사를 제청한 상태다. 이르면 2월24일 안에 심사 결과가 발표된다. 그때까지 해직 교사들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계속 촛불을 들 계획이다.
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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