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짐을 꾸린다. 큰 기대는 하지도 않는다. 그저, 총성이 없는 곳이라면…. 보잘것없는 피난 보따리 손에 쥐고 머리에 이고, 떠난다, 아무 미련 없이. 언제 다시 볼지 모를 고향 땅 뒤로한 채, 살기 위해. 퀭한 눈,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콩고민주공화국(DRC)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1996년 11월 르완다와 우간다의 지원을 받은 반군 지도자 로랑 카빌라가 모부투 세세 세코 독재정권에 맞서 내전을 시작한 이후, 총성은 콩고인들의 일상이 됐다. 대통령이 바뀌고, 자이르로 불리던 나라 이름도 바뀌었다. 독재자를 몰아낸 독재자도 비명에 가고, 그 독재자의 아들이 1960년 독립 이후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다당제 선거에서 다시 집권했다. 그러는 내내, 잦아드는가 싶던 총질은 여지없이 다시 시작되곤 했다.
다시, 길을 나선다. 지난달 말 시작된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이 번지기 시작했다. 일주일 만에 콩고인 5만 명이 새롭게 난민으로 떠돌기 시작했다. 이미 콩고 동부로 몸을 피했던 100만여 명 중 일부도 다시 떠돌이 길에 올랐다.
한비야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은 “쓰나미만큼 심각한 재앙이 벌어지고 있지만, 워낙 분쟁이 장기화한 터라 그런지 관심 갖는 이가 적다”고 안타까워했다. “난민이 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용기’만으로 난민살이를 버텨낼 순 없다.
사진 마이클 아룽가 월드비전 아프리카 지역사무소 긴급구호 홍보자문
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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