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6월의 눈물

등록 2007-06-15 00:00 수정 2020-05-03 04:25

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6월8일 이한열 열사의 20주기 추모제가 열리고 있던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 민주광장. “한열이가 이런 교정에서 공부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일찍 망월동으로 가버렸군요.” 이한열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인사말을 듣던 한 여학생의 눈에 이슬방울이 맺히더니 이내 또르르 흘러내렸다.

6월항쟁 당시 네 살배기였던 유민지(24·동국대 사회학과4)씨. 대학에 들어와서야 6월항쟁을 알게 됐다는 유씨는 “노동운동가로 늘 쫓기고 감옥생활을 하다 12년 전 간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유씨의 아버지는 영등포산업선교회 교육간사, 영등포 기계공단노조 사무국장, 서노협 선봉대장을 지냈던 유구영씨로 민주노총 출범에 큰 몫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추모식은 쓸쓸했다. 많은 학생들이 도서관을 드나들었지만 대부분 이한열 열사의 영정 그림이 신기하다는 듯 힐끗 쳐다볼 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추모식에 참석한 이아무개(연세대 2006년 졸업)씨는 “연예인들이 나오는 학교 축제 행사는 매년 밤을 새워가며 줄을 서서 보면서도 정작 민주주의를 앞당겨준 이한열을 외면하는 요즘 대학가 세태가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