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멀리서 바라본 그 마을에선 늘 붉은빛이 새어나왔다. 술 취한 사람들의 거친 목소리와 아녀자들의 악다구니가 그치지 않았다. 성매매 처벌법 시행을 몇 시간 앞둔 2004년 9월22일 밤, 성매매 여성 지우씨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지나가던 행인들의 옷소매를 잡아끌었다. 나이든 핌프들은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 시절 이곳 ‘청량리 588’에는 146개 업소가 밀집해 있었다. 이곳을 지나칠 때마다 느닷없이 덮쳐오는 비릿한 삶의 풍경이 노골적이어서 난감했다. 성매매 처벌법 시행 이후 2년6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여성들은 흩어졌다.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업소의 창문에는 빈집임을 알려주는 ‘×’ 표시가 선명하다. 창문 안쪽에는 주인 잃은 전기세 고지서와 잡다한 우편물들이 뒹굴고 있다. 주인은 아마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2월1일, 청량리 균형발전촉진지구에 포함된 청량리 588에서 첫 철거공사가 시작됐다. 머잖아 청량리 588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공간은 사라지고, 그곳에 깃들었던 우리의 기억들도 잊혀질 것이다. 이 터에는 수십 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것이라고 한다. 떠난 여성들은 어디로 갔을까. 우린 떳떳하다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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