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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원과 ‘별’에 대하여

등록 2003-07-02 00:00 수정 2020-05-02 04:23

464호 표지이야기, 그 뒤

처음에 박근혜, 추미애 의원과 강금실 법무부 장관 세 여자를 붙여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고는 내심 걱정이 됐다.

‘여성차별주의자라고 욕먹는 것 아닌가’ 하는 자기검열 때문이었다. “왜 세 여자를 남자들과 당당하게 경쟁시키지 않고, 여자끼리만의 울타리 안에 가두는가”라는 비난이 들려오는 듯했다.

이 때문에 기획안을 짜고 여론조사 설문 문항을 만드는 과정에서, 페미니즘에 각별히 관심이 많은 후배 여기자에게 별도의 자문을 구했다. 또 “뭐 그래도 이런 기회가 아니면 여성 정치인이 잡지 표지에 나올 일이 얼마나 있겠어?”라는 방어논리도 미리 만들어놓았다.

그런데 욕은 엉뚱한 곳에서 먹었다. 독자들이 보내오는 반응은 주로 박근혜 의원과 관련됐다.

우선은 박 의원이 1등을 한데 분개하는 내용이 많았다. ‘배영기’라는 독자는 “자신의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살아가고 있는 정치인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1위인지. 우리나라에 그렇게 제대로 된 여성이 없나?”고 개탄했다. 심지어 여론조사상의 오류는 없는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독자도 있었다.

하지만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모두 똑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왜 투표를 하고 여론조사를 하겠는가?

또 하나의 비판은 박 의원을 ‘별’로 묘사하며 ‘우주의 질서를 대변한다’고 한 부분이다.

‘전생 동학군’이란 분은 기자에게 “한심한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지나친 아부이며 좀 모자란 표현”이라고 마구 쏘아댔다.

이 자리를 빌어서 변명을 하자면, 추 의원이나 강 장관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힘인 데 반해 박 의원은 기존의 질서를 지키고자 하는 보수적이고 정적인 이미지를 ‘별’로서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또 추 의원에 빗댄 ‘불’과 강 장관의 ‘물’에 운율을 맞출 수 있도록, 한 음절이고 끝소리가 ‘ㄹ’인 단어 중 적절한 것이 ‘별’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불만이 많은 독자들한테는 제 표현력의 부족을 정중히 사과드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박 의원을 ‘굴’, ‘돌’, ‘발’ 따위에 비유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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