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문화 해체 선언한 강금실 장관의 개혁방향… 사회적 약자 위한 법적 개선책 이미 착수
하나의 ‘유령’이 검찰청을 배회하고 있다. ‘개혁’이라는 유령 말이다.
과장해서 얘기하면, 요즘 법무부와 검찰은 150년 전 공산주의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할 당시 유럽의 낡은 질서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만큼이나 ‘개혁 공포’에 떨고 있다. 직책 앞에 ‘최초’라는 수식어가 두개나 따라붙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발탁이 확정된 순간 검찰, 더 정확히 얘기하면 법무부와 검찰 요직의 간부들은 전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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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내부 반발 최소화’ 노력

새카만 후배 기수, 그것도 여성 판사 출신의 ‘운동권 변호사’인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들의 당혹감과 두려움은 무엇보다 새 정부가 강 장관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검찰개혁의 향배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는 데서 비롯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취임사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몇 가지 핵심화두를 제시했다. ‘법무부와 검찰의 분리’, ‘검찰 서열문화 해체’ 등이 그것이다.
먼저 법무부와 검찰의 분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2월27일 신임 각료 인선 브리핑 때 밝힌 ‘검찰에 종속된 법무부의 독립’과 궤를 같이하는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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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은 “검찰에 집중된 권력의 분산과 견제가 필요하다. 장관은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견제하고, 수사권을 검찰총장에게 넘겨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이 개혁의 핵심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먼저 고검장과 검사장들이 맡고 있는 법무부의 국·실장급 간부들을 일선 검찰로 복귀시키고, 그 자리를 행정관료나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들로 채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른바 ‘법무부의 문민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구상이 3월10일을 전후해 단행될 검찰 고위간부 인사 때부터 실천에 옮겨지기는 어렵다. 강 장관은 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인사는 정권교체로 일시 미뤄진 것을 서둘러 하는 것인 만큼 일단 기존 관행대로 하고, 앞으로 법령 개정 등 준비를 거쳐 올 가을 인사 때부터 단계적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하나 그가 ‘서열문화 해체’를 강조한 것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사시 횟수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승진 기회 등이 제한되는 검찰인사의 경직성을 깨뜨려 ‘적재적소 인사’ 원칙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사실 강 장관의 발탁 자체가 ‘서열 장벽’에 대한 첫 도전이다. 물론 여기에는 기존 조직논리로 철저히 무장된 고위간부들의 ‘인적 청산’을 통한 세대교체로 검찰 내 신진 개혁세력을 육성하려는 장기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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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발상은 획기적인 만큼 검찰 내부의 저항과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 검사장은 “개혁도 좋지만 검찰 정서도 헤아려가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몇몇 나이든 간부들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라며 여차하면 옷을 벗을 뜻을 내비쳤다.
강 장관이 요즘 부쩍 ‘안정 속의 개혁’ 논리를 설파하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당분간 검찰 내부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으로, 본격적인 개혁 추진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착실히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대검 중수부와 공안부의 축소

그는 먼저 단기 추진과제로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기구화와 평검사 참여 △상사의 지시에 대한 검사 이의제기권 보장 △법무부 국·실장의 행정관료 대체 등을 위한 검찰청법과 대통령령 개정 등을 꼽았다. 그는 또 인수위의 검찰개혁안과 대검찰청이 평검사회의와 자체 연구결과를 토대로 제시한 개혁방안, 민변 등 재야 법조계와 학계 의견 등을 취합한 뒤 중점 개혁과제를 추려 적극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이를 테면 대검 중수부와 공안부 기능의 축소 지향적 재편, 비리조사처 신설, 검찰 사법절차의 민간인 참여 등이 검토대상으로 거론된다.
이와 동시에 그는 취임사 등에서 공언한 대로 여성·이주노동자·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신장을 위해 호주제 폐지 등을 공론화하고, 법적 개선책을 마련하는 작업에 이미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게 주어진 중·장기 과제로는 국가보안법 폐지 추진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그는 일찍이 판사 재직 시절인 1990년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결정을 비판하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민변 등에서 함께 활동한 강 장관과 ‘동지적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형태 변호사는 “검찰개혁은 반짝 아이디어 따위로 달성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닌 만큼, 강 장관이 퇴임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개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석 기자/ 한겨레 사회부 hgrh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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