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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 키우는 성장 공식, 성장마저 발목 잡힐라

회복세 불구 환율·가계부채 등 불평등 심화 요인 수두룩… 분배·균형 뒷전 미루다간 저성장 부메랑 자초
등록 2026-01-01 21:22 수정 2026-01-04 09:25
2025년 12월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 12월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은 2026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2025년의 1% 내외 성장률과 비교하면, 2026년 우리 경제는 회복 국면에 진입하리라 예측된다. 경제를 회복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투자 확대다. 정부는 728조원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 경제성장률 회복을 위한 ‘마중물’ 구실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재정 확대는 내수 소비 증가를 이끌고 인공지능(AI) 분야 등 첨단 전략산업의 투자를 늘려 한국 경제의 탄력도를 높일 것이다.

고환율에서 시작되는 격차 확대의 도미노

2026년 경제가 회복되고 좋아진다는 지표가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우리가 놓친 문제는 없을까? 2026년 경제 전망에서 우리가 진짜 집중해야 할 지점은 바로 한국 경제의 위협 요인과 그로 인한 불평등 구조다.

가장 가시적인 위협 요인은 ‘환율’이다. 2025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422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 상승은 원화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원화가치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국내 투자자들의 국외자산 투자 확대가 지목된다. 미국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기관·개인 등 한국 투자자들의 2025년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532억달러(9월 말 기준)로 크게 증가했다. 일본은 282억달러, 대만은 115억달러였다.

문제는 현상이 아니다. 환율 상승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영향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은 높아질 수 있다. 반면 동시에 수입물가는 오른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이유다. 영향은 균등하지 않다. 저소득층이 주로 소비하는 수입 생필품 가격이 먼저 오르고 오름폭이 커진다. 서민 가계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원자재를 수입해 중간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도 압박받는다. 원가는 오르지만 납품 가격에 그대로 전가하기는 어렵다. 환율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불균형은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지 않는 한 2026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도 불안 요인이다. 2025년 3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968조원이다.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집값 상승이 부채 증가로 연결되는 구조다. 가계부채 증가는 민간소비를 위축한다.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이자를 내고 빚을 갚느라 쓸 돈이 줄어드는 악순환이다. 소비 위축은 자영업과 지역 상권에 직격탄이 된다. 소비쿠폰 효과로 최근 일시적으로 자영업 폐업이 줄었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민간소비 위축이 2026년 자영업 매출과 지역 상권에 다시 압박을 줄 가능성이 크다.

4천 선 뚫은 코스피지수, 과실은 부자에게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도 커졌다. 2025년 서울 아파트 월별 거래량은 3천 건 수준에서 1만 건으로 급증했다가 다시 3천 건으로 줄었다. 거래량 변동이 컸다는 것은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가격 변동성도 컸다. 2025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8% 이상 올랐다. 19년 만의 최고 상승률이다. 지역별 편차도 컸다. 송파구는 20%, 성동구 18%, 서초구 14%, 강남구가 13% 상승했다. 고가 주택이 몰린 지역 중심의 상승이다. 갈아타기 수요가 특정 지역에 쏠리며 격차를 키웠다. 비싼 아파트의 가격이 더 많이 오르고 있다. 지역 편차는 2026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2025년 코스피지수는 4천 선을 돌파했다. 사상 최고치다. 외국인 매수와 저평가 해소 기대가 지수를 끌어올렸다. 정부와 여당의 주가 부양 의지도 반영됐다. 여기에도 격차는 있다. 순자산 5분위의 평균 주식 보유액은 7509만원이다. 1분위는 74만원에 불과하다. 무려 100배 이상의 차이다. 2025년 코스피지수는 75% 상승했다. 주가 상승의 과실은 상위 자산 계층에 집중됐다. 주가가 올라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었다. 2026년 한국 주식시장이 더 상승하면 빈부 격차는 더욱 커지고 경제적 불평등은 확대될 것이다.

여기에 고금리 환경이 겹친다. 금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금융 접근성의 문턱이다. 신용도가 낮은 계층일수록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고, 대출을 통한 자산 형성에서 배제된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금리를 쉽게 낮출 수 없는 구조가 이어진다면, 금융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 역시 이중 구조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은 임금이 오르지만,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뒤처진다. 디지털 전환과 AI 투자는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숙련과 저숙련 노동 간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교육, 자산, 금융 접근성이 서로 맞물리며 불평등은 점점 구조화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진단에 역행하는 선택

2026년 경제 전망에서 중요한 것은 회복과 성장이 아니다. 그 회복과 성장이 경제적 불평등을 더 키우고 빈부 격차를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성장 수치가 올라가도 삶의 격차가 벌어진다면, 그 성장은 지속가능성이 없고 진짜 성장이라 부를 수 없다.

현대 경제학은 더 이상 평등과 효율을 대립시키지 않는다. 평등이 성장을 해친다는 이분법에서 벗어났다. 오히려 평등이 성장의 토대라는 인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를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라 부른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사이먼 존슨 교수는 한국 경제 성장의 성과를 설명하는 핵심 요인으로 기회 균등과 공정한 경쟁 환경을 꼽았다. 특정 집단에 유리하지 않은 제도, 노력에 따라 보상이 돌아가는 구조가 그동안 높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는 평가다. 격차를 줄이려는 제도적 선택이 오히려 경제성장을 키웠다는 의미다.

지금의 한국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격차는 줄지 않고 누적되고 있다. 자산과 소득, 기회의 불균형이 굳어진다. 성장이 급하다는 이유로 분배와 균형의 문제는 뒤로 밀리고 있다. 회복 속도를 높이기 위해 불평등을 잠시 외면하는 선택이 반복된다. 그러나 그 선택의 결과는 더 느린 경제적 회복과 구조적 저성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진짜 새해의 출발점, 성장의 방향 다시 묻기

성장은 목적이 아니다. 수단이다. 경제의 목적은 숫자가 아니라 삶이다. 불평등을 키우는 성장은 사회적 신뢰를 약화하고, 정치적 갈등을 키우며, 오히려 경제성장률을 낮출 것이다. 2026년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 지점에서 바뀌어야 한다.

새해가 왔다고 해서 새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해는 어제와 똑같은 오래된 해가 뜰 뿐이다. 새해를 만드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선택이다. 우리의 다짐이고, 우리의 변화다. 성장의 방향을 다시 묻는 것, 격차를 줄이고 숫자가 아닌 사람을 경제의 중심에 놓는 것, 그것이 진짜 새해를 여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광수 경제평론가·‘광수네, 복덕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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