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외식업중앙회, 대한숙박업중앙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자영업자·중소상인단체 회원들이 2025년 12월1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온라인플랫폼법 입법과 배달앱 총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1
서울 은평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ㄱ씨는 배달의민족 정산 내역을 볼 때마다 울화가 끓는다. 배달앱의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부가세, 배달비 등을 합하면 수수료율이 30~40%를 넘는 탓이다. ㄱ씨가 1만원어치 음식을 팔면 배달앱에 내는 돈은 중개수수료 780원, 결제수수료 300원, 부가세 448원, 배달비 3400원 등을 합쳐 4928원으로 판매액의 49%나 된다. ㄱ씨가 손에 쥐는 돈은 5072원에 불과하다. 1만5천원어치를 팔면 5522원(37%), 2만원어치를 팔면 6116원(31%)을 배달앱에 낸다. ㄱ씨는 “영세업체는 신용카드도 수수료율을 깎아주는 마당에 배달앱은 오히려 단가가 낮을수록 수수료율이 높은 구조”라며 “특히 요즘엔 한 그릇(1인) 배달이 많아지면서 부담이 더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2
쿠팡 입점 판매자인 ㄴ씨는 쿠팡의 정산 주기 때문에 속이 탄다. 대금 정산 기일이 평균 40~50일이나 되는 탓에 자금유동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다급할 땐 쿠팡이 판매자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셀러월렛’(빠른 정산)을 이용하는데, 당일 매출의 90%를 다음날 지급하긴 하지만 수수료가 연 3.7%를 넘는다. ㄴ씨는 “네이버·지마켓 등 다른 플랫폼의 정산 주기가 일주일 남짓인 것을 고려하면 쿠팡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며 “정산을 빨리해주면 해결될 일인데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물리는 빠른 정산 제도를 이용하게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최근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 금리 8.9~18.9%의 대출을 해주는 ‘쿠팡 판매자 성장 대출’ 사업까지 홍보하는 걸 보고 기가 막히더라”라고 말했다.
최근 쿠팡의 고객정보 유출 사태와 배달앱 횡포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악화하면서 그간 제자리걸음만 하던 ‘온라인플랫폼법’ 입법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미국의 통상 압력을 비켜나면서도 온라인플랫폼의 약탈적 행위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재시동을 걸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데다 2026년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만큼 대표적 민생 현안인 온라인플랫폼 규제 방안 마련에 속도가 붙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025년 12월9일 ‘온라인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과 ‘음식배달 플랫폼 서비스 이용료 등에 관한 법률안’(음플법)을 각각 이정문·김남근 의원 명의로 대표 발의했다. 야당 시절 민주당이 주도했던 온라인플랫폼 규제는 두 법안이 중심이었다. 하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미리 지정해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과 최혜대우 요구 등을 금지하는 ‘플랫폼 독과점 규제법’(독과점법)이다. 또 하나는 정산 주기 단축, 알고리즘 투명화, 입점업체 단체협상권 보장, 수수료 상한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공정화법)이다. 두 법안 가운데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하며 반대 입장을 밝힌 독과점법은 통상마찰 우려가 있는 만큼, 우선 공정화법을 ‘온플법’과 ‘음플법’으로 나눠 투 트랙으로 처리하겠다는 전략이다.

온플법은 중개·광고·결제 등 서비스에 따른 연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입점업체의 연판매액이 1천억원 이상인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삼는다. 쿠팡·네이버·배달의민족 등 주요 플랫폼 기업이 모두 포함된다. 내용을 보면, 입점업체와 중개 거래를 계약할 때 수수료 체계와 노출 기준, 정산 방식과 시기 등을 정확히 기재한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광고·판촉 행사의 경우 중개 거래와 별도의 약정을 체결하되 비용 분담 비율 등을 명시하도록 했다. 또한 계약을 해지·변경할 때는 사전에 그 이유와 내용을 통지하도록 했다. 플랫폼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정확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업체를 입점시키고, 사유조차 밝히지 않고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변경하는 등의 ‘갑질’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조항이다.
티몬·위메프 같은 정산금 미지급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판매대금 정산 기한을 청약 철회 기간 만료일 기준 20일로 못박고, 판매대금의 50% 이상을 금융사에 예치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강제했다. 만일 플랫폼 사업자가 위법행위를 했을 때는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했다. 여기에 입점업체들이 권리보호를 위한 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부당행위를 신고했다는 이유로 보복행위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12월11일 국회를 통과한 가맹사업법 개정안 같은 ‘협상권 부여’는 포함되지 않았다. 민주당 정무위 관계자는 “이번 법안은 국회에 계류된 16건의 관련 법안을 망라한 민주당 단일안으로, 야당과의 협상에서 큰 이견이 없을 내용을 위주로 만들었다”며 “국민의힘이 여당이던 시절 플랫폼 사업자를 대규모 유통업체에 포함하고 정산 주기와 수수료 등을 법제화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만큼 이번 법안에 반대할 명분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음플법은 공정화법 가운데 배달플랫폼 부분만 따로 떼어낸 법안이다. 연매출액 100억원 또는 입접업체 판매액 1천억원을 넘는 배달플랫폼을 대상으로 해서 쿠팡이츠·배민·요기요 등 주요 배달앱 등이 전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음플법은 영세·소규모 업체에 일반 업체들보다 더 낮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신용카드 수수료율과 마찬가지로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율을 차등화해 영세·소규모 사업자를 보호하겠다는 구상이다. 영세사업자 범위와 우대수수료율 등은 대통령령과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등으로 정하도록 했다. 김남근 의원실은 “매출 구간별로 요율 차이는 있겠지만, 약 85%의 입점업체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법안은 입점 점주들에게 특정 배달 방식을 이용하도록 강요하거나 배달비 분담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로 인한 차별도 할 수 없도록 못박았다. 입점 점주들이 현행 한집배달이나 묶음배달만이 아니라 가게배달, 배달대행업체 등 다양한 선택지 중 유리한 방식을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배달노동자를 보호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배달플랫폼이 우대수수료 등을 도입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배달노동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제재는 대폭 강화했다. 부당한 비용 전가, 우대수수료 회피, 배달 방식 강요 등의 행위를 한 플랫폼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최대 10%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매출액 산정이 어려울 때는 최대 50억원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발의된 유사 법안의 과징금 상한은 매출액의 3% 내외였다. 김남근 의원실 관계자는 “수수료 상한제 규정은 없지만, 우대수수료를 적용하면 사실상 비슷한 정책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존에 없던 법을 만드는 것인 만큼, 야당과의 논의를 원활하게 하고 불필요한 추가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중소상인·자영업자·노동자·시민단체 등이 모인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촉구 공동행동’ 활동가들이 2025년 9월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민생 죽이는 플랫폼 갑질 더 이상 못 참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온플법 제정 약속하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플랫폼 입점업체·점주들과 시민단체 쪽에선 플랫폼을 규제할 수 있는 법이 전무한 현실에서 민주당이 단일안을 내어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진 것은 다행스럽지만, 내용에서는 후퇴해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음플법의 경우 수수료 상한제 규정이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데, 최소한 중개수수료+결제수수료+배달비까지 포함해 15%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게 그간 점주·시민단체의 요구였다”며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시행령에서 정할 우대수수료 적용 상한 기준은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매출 10억~30억원 정도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플법에 대해서는 좀더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김 팀장은 “독과점법 제외는 차치하고라도 기존에 논의된 공정화법 중 신뢰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알고리즘 작동 기준 공개·설명 의무는 아예 빠졌다”며 “또한 공정위가 네이버 ‘자사 우대’ 과징금 부과 건에서 최종 패소한 것에서 보듯 플랫폼의 위법성을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데, 이번 온플법 역시 위법성 규정이 분명치 않다”고 짚었다. 정종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은 “법안은 제정이 어렵고 개정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니, 법안을 우선 통과시킨 뒤 향후 개정을 도모하겠다는 방법론은 이해한다”면서도 “대통령이 최근 중기부(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 때 중소기업·가맹점·대리점에 협상권은 물론 집단행동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고려하면, 온플법에 협상권이 빠진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두 법안을 다루는 관할 상임위인 정무위는 위원장(윤한홍)이 국민의힘 몫인 상황이라, 12월15일 열린 법안소위에서는 시간 부족을 이유로 두 법안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12월 안에 정무위 법안소위가 다시 열리긴 어려워 법안 논의는 2026년으로 넘어가리라 예상된다.
김남근 의원은 “국민의힘은 ‘법안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논의를 미루며 지연작전을 펴고 있다. 2026년 1월까지 법안소위 통과 가능성이 없으면 다른 방법을 써야 할 것 같다”며 “쿠팡의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인해 플랫폼 규제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은 상황이라 법안 통과의 최적기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앞서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상임위에서 180일 안에 심사해야 하는 신속처리대상(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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