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2023년 12월19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재직하면서 ‘국정농단’과 관련해 최 후보자가 정부 부처와 기업에 외압을 행사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2023년 12월14일 <한겨레21>이 확보한 2016~2017년 국정농단 특별검사 자료를 보면, 최 후보자는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시절 최순실(개명 뒤 최서원) 주도로 만들어진 미르재단에 대기업이 출연하도록 압박한 정황이 담겨 있다.
최 후보자는 특검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해 “당시 안종범 경제수석이 문화 관련 재단 설립을 지시했고,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가 없어 물어보니 ‘현재 좌파 재단이 많은데, 우파 사람들도 재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 어떤 형태가 돼야 하는지 검토해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진술했다. 실제 최 후보자와 함께 일한 방아무개 당시 행정관은 “관련 자료 검색 후 사단법인 설립 검토 방안과 재단법인 설립 검토 방안을 만들어 보고했다고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재벌들이 수백억원을 출연해 2015년 설립한 미르재단 재산을 두고서도 최순실 쪽 요구에 순응한 모습이 특검 자료에서 나타났다. 미르재단은 창립총회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허위로 창립총회 회의록이 작성되는 등 허술하게 설립된 이후, 삼성전자(60억원) 등 대기업에서 출연금 수백억원을 받았다. 최 후보자는 당시 특검팀에 “미르 쪽과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기본재산(정관과 법인등기부에 등재되는 법인의 재정적 기반이 되는 재산)-보통재산(기본재산 이외의 모든 재산. 목적사업 수행과 운영비로 사용)의 비율에 이견이 있었는데, 전경련(9:1) 의견으로 합의를 봤다. 나중에 안종범 수석이 ‘미르 쪽 의견을 받아줘라’고 지시해 이를 전경련에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재단의 기본재산은 처분하려면 관할 부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등 제약이 많다. 이 때문에 재단의 재정 건전성보다 처분을 쉽게 하려는 미르 쪽 의견을 수용하도록 한 셈이다.
이후 2017년 1월 열린 국정농단 의혹 관련 재판에서는 “최 비서관이 미르재단 출연 의사를 밝히지 않은 기업들에 역정을 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한겨레21>에 “(우파 중심의 재단 설립을 위한) 별도 후속 조처를 검토하거나 준비하지는 않았다”며 “미르재단의 재산 비율도 경제수석의 지시를 전경련 쪽에 전달했고, 최종 판단은 전경련에 맡겼다”고 해명했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의 이익을 더 챙겨주려는 과정에서도 최 후보자가 등장한다. 석아무개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서기관은 “청와대 인○○ 과장에게 이메일로 관련 문서를 보냈는데, 인 과장은 전화로 ‘공정위가 (공정위 판단을 삼성보다) 먼저 공개하는 것에 대해 최상목 경제금융비서관이 상당히 부정적이다’라고 지시했다”고 특검에 진술했다. 또 당시 공정위 김아무개 과장과 곽아무개 국장도 같은 내용을 진술했다. 곽 국장은 “최상목 비서관이 ‘삼성 측에서 500만 주만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냐’ 물었다”고도 밝혔다. 김아무개 당시 부위원장은 “최상목 비서관이 전화해 ‘삼성 측에서 종전 검토 결과에 대해 계속 불만이 있으니 제대로 검토해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가 재판 과정에서 이를 번복했다.
당시 청와대의 관심과 압력은 공정위가 삼성물산 합병으로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에 따른 주식 매각 규모를 축소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애초 삼성에스디아이(SDI)가 보유하게 된 합병 삼성물산 주식 904만 주(4.7%·1안) 전체를 처분해야 한다고 봤지만, 청와대의 압력에 따라 제일모직에 대한 주식(2.6%·2안)만 처분하도록 했다.공정위 판단이 결정된 2015년 12월23일에도 최 비서관은 김 부위원장과 18회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최 비서관은 김 부위원장으로부터 “2안으로 결정됐다. 보도 관련 신경 좀 써주소. 특히 조선일보”라는 보고를 받기도 했다. 2017년 12월 공정위는 박근혜 정부 시절 결정이 삼성 미래전략실과 청와대 외압 등으로 왜곡됐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애초대로 삼성물산 주식을 추가 처분하도록 조처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한겨레21>에 “상장사의 대규모 주식 처분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어 투자자 보호 대책을 포함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구체적 내용은 공정위가 전문성과 소신대로 판단하도록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삼성물산 합병 이전에도 사안을 주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아무개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최상목 비서관으로부터 엘리엇 사태와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해 상황을 파악해보라는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라고 특검팀에 진술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합병 과정은 고용복지수석실에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며 “다만 경제수석이 관심을 표해 이를 고용복지수석실에 알려주고 경제수석에게 보고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부당한 지시임을 알고도 이행한 의혹도 있다. 컨설팅회사 대표 이현주씨는 기재부 공무원인 남편이 부당 인사 조처를 당했다고 특검에서 의혹을 제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용한 성형외과인 ‘김영재의원’ 특혜 의혹을 이씨가 제기한 게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남편이 2016년 5월 기재부 외곽으로 파견 인사가 났는데, “남편이 납득하기 어려워 최상목 기재부 1차관에게 물으니 ‘네 탓이 아니고, 네 와이프 때문이다. 대통령이 대로하셔서 나도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2014년 청와대 조아무개 경제수석의 부탁으로 김영재 원장 회사의 국외 진출을 컨설팅하며 부정적 의견을 전달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한겨레21>에 “당시 인사 원칙과 관행에 따른 인사로 불이익을 준 것이라 할 수 없고, (이씨 주장과 같은) 발언을 한 바 없다”고 밝혔다.
최상목 후보자는 국정농단 연루 의혹 탓에 문재인 정부에선 공직을 맡지 못하다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에 이어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맡았다. 이번엔 기재부 장관 후보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 국정농단 연루 의혹은 공직자 행동강령 위반 여부 등에서 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21>이 부당한 상급자 지시를 따르지 않도록 하는 공무원 행동강령(제4조) 위반 여부를 묻는 말에, 최 후보자는 “30년 이상 공직생활 동안 공무원 행동강령에 위배되는 일을 한 적이 없으나, 국민의 관점에서 일부 아쉬운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러한 경험들을 계기로 민생 안정과 국민경제 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겸허한 자세로 소신과 원칙에 입각해 더욱 성실히 업무를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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