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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으로 눈을 돌려라

요금 30% 이상 싸고 약정 부담 적어 자급제+알뜰폰 가입 증가 추세
등록 2020-10-02 19:50 수정 2020-10-05 11:19
2016년 2월 서울 광화문우체국에 설치된 알뜰폰 매장. 연합뉴스

2016년 2월 서울 광화문우체국에 설치된 알뜰폰 매장. 연합뉴스

최근 이동통신사의 2년 약정이 끝난 직장인 박아무개(38)씨는 휴대전화를 바꿨다. 그런데 예전처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기존 통신사에서 기기변경이나 번호이동을 하지는 않았다. 온라인쇼핑몰에서 24개월 무이자할부로 5G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사고, 알뜰폰 누리집에서 유심을 산 뒤 4G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했다. 박씨가 매달 내는 돈은 기기값과 휴대전화 요금을 합쳐 7만7천원이다. 기존 이통사를 통해 5G 요금제로 가입하는 것보다 3만~4만원이 저렴하다. 박씨는 “새로운 스마트폰을 쓰고는 싶은데, 잘 터지지도 않고 비싼 5G 요금제를 쓰기 싫어서 자급제와 알뜰폰을 선택했다. 멤버십 혜택이 없는 점은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2년 약정 끝난 이용자, 기존 기기로도 이용 가능

2010년 도입된 뒤 이통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영향력이 미미했던 알뜰폰이 순풍을 맞고 있다. 아직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알뜰폰 가입자는 734만 명(2020년 6월 기준)에 그치지만,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자료를 보면 8월 이동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넘어간 번호이동 순증은 9909명으로 7월(6967명)보다 늘었다. 젊은층 사이에서 ‘스마트한 소비’로 주목받는다. 자급제로 스마트폰을 직접 사고 알뜰폰 유심을 끼우는 자급제+알뜰폰 조합이 늘어나고, 휴대전화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휴대전화 2년 약정이 끝난 뒤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하려는 이용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알뜰폰은 주파수를 보유한 이동통신망사업자(MNO)로부터 설비를 빌려 독자적인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를 말한다. 알뜰폰을 휴대전화 자체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의 이름일 뿐이다. 이통사의 통신망을 빌려 쓰기 때문에 기존 이통사와 통화 품질 등에서 차이가 나진 않지만, 통신망을 도매로 떼오는 만큼 이통사들에 견줘 요금이 30% 이상 저렴하고, 대부분 약정도 없다. 2011년 서비스가 시작할 즈음엔 3G 서비스나 선불폰, 저가요금제 중심으로 이용자가 형성됐지만, 현재는 기존 이통사가 제공하지 않는 요금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새 기기 사서 알뜰폰 유심 끼우고 개통하면 돼

알뜰폰 사업자인 LG헬로비전의 자료를 보면, 2019년 이 회사의 알뜰폰 유심요금제에 가입한 이용자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요금제는 3만3천원짜리 ‘더 착한 데이터 유심 10GB’였다. 이 요금제는 통화·문자 무제한에 월 10GB 데이터를 제공하고 다 쓸 경우 하루 2GB 추가 제공, 이마저도 다 쓰면 3Mbps로 속도 제한을 두어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한다. 현재 이통사에서 신규 가입이 불가능한데, 기존 이통사에서 판매하던 요금은 6만5천원으로 알뜰폰에 견줘 2배나 비싸다.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요금제는 월 통화 150분, 문자 150건에 데이터 1.5GB를 제공하는 5940원짜리다. 이 역시 이통사들은 신규 가입으로 제공하지 않는 요금제로, 이와 비슷한 요금제를 이통사에서 선택하려면 가격이 월 3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이 밖에 통화 200분, 문자 200건에 데이터 2GB를 제공하는 요금제는 7700원에 그친다. 이통사들이 제공하는 25% 선택약정할인을 고려해도 알뜰폰이 가격 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 때문에 기존 이통사에서 2년 약정이 끝났고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그대로 쓰고 싶다면,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최근 대부분 알뜰폰 사업자들이 셀프 개통을 지원해서 개통도 그리 어렵지 않다. 알뜰폰 사업자 누리집에서 유심을 주문해 택배로 받거나, 편의점에서 유심을 산 뒤 누리집에서 개통하고 휴대전화에 유심을 갈아 끼우면 된다.

새로 나온 스마트폰을 사려 할 때는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무이자할부와 카드할인 혜택을 받아 자급제 스마트폰을 산 뒤 알뜰폰 유심을 끼우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이통사를 통해 통신서비스 2년 약정으로 휴대전화를 살 경우 기기값 할부대금이 통신요금에 합산돼 부과된다. 그런데 이 할부대금에는 할부수수료 5.9%가 포함된다. 최근 출시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100만원이 훌쩍 넘기 때문에 할부수수료가 적지 않다.

그러나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자급제 스마트폰을 사면, 대부분 24개월 카드 무이자할부 혜택을 주고, 특정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추가 할인까지 제공한다. 예를 들어 최근 출시된 145만2천원짜리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 울트라 5G’를 신용카드 16% 청구할인과 무이자할부를 제공하는 온라인쇼핑몰에서 사면 매달 내야 하는 기기값이 5만820원이지만, SK텔레콤에서 사면 할부수수료를 포함해 6만4070원이다. 특히 이통사들은 5G 스마트폰을 살 때 더 비싼 5G 요금제를 반드시 쓰도록 한다. 5G 요금제 가운데 가장 싼 요금제는 데이터 9GB(초과 때 1Mbps 속도제한)를 제공하는 5만5천원짜리로, 25% 선택약정할인을 받아도 4만1250원이다. 온라인쇼핑몰에서 자급제로 갤럭시노트20 울트라 5G를 사 알뜰폰에서 3만3천원짜리 무제한요금제에 가입하는 것(기기값 5만820원+통신요금 3만3천원=8만3820원)과, SK텔레콤에서 5G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의 통신비(기기값 6만4070원+통신요금 4만1250원=10만5320원) 차이는 월 2만1500원으로 2년으로 계산하면 51만6천원에 이른다. 자급제+알뜰폰이 이통사 구매보다 싸다는 뜻이다.

계약 해지 전 가족결합 할인 여부 등 확인해야

알뜰폰을 선택하기 전에 유의할 점이 있다. 알뜰폰 가입을 위해 기존 이통사와 계약을 해지할 경우 그동안 받았던 유선인터넷·IPTV 결합 할인과 가족결합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알뜰폰과의 유무선 결합 할인을 제공하는 통신사도 있으므로 가입할 때 따져봐야 한다. 또한 기존 통신사에서 멤버십 혜택을 많이 이용했다면 이에 대한 유불리도 살펴봐야 한다. 대부분의 알뜰폰 사업자는 멤버십 혜택이 없다. 알뜰폰 관련 정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운영하는 알뜰폰허브(www.mvnohub.kr)에 잘 정리돼 있다. 16개 알뜰폰 사업자가 제공하는 요금제 정보가 담겨 있어 비교 분석하기 좋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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