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HBO맥스 대 웨이브(지상파 3사+SK텔레콤)·티빙·왓챠플레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급속도로 확장하면서 방송·통신·콘텐츠 시장을 흔들고 있다. OTT 서비스는 콘텐츠의 양과 질, 이용 환경 면에서 기존 지상파·유료 방송보다 강점을 드러내면서 이용자 눈을 사로잡고 있다.
OTT는 ‘Over The Top’의 준말로, Top은 원래 TV 셋톱박스를 뜻한다. 초기 OTT는 셋톱박스 기반 동영상 서비스를 의미했지만, PC나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로 동영상을 보는 ‘엔(N) 스크린’ 시대가 열리고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위력이 커졌다. 대표적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는 전세계 190여 개국 가입자가 1억5천만 명에 이른다.
OTT 서비스가 각광받는 이유는 볼 만한 콘텐츠가 많고, 이용자 취향에 기반해 볼만한 콘텐츠를 계속 추천해주며, 어떤 기기에서든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영어권뿐만 아니라 아시아·유럽 등 전세계에서 120억달러(약 14조원)를 콘텐츠에 투자했고, 700여 개 오리지널 콘텐츠를 독점 공급한다. 넷플릭스의 질주에 지식재산권(IP)을 가진 콘텐츠 기업들도 속속 OTT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마블·픽사·폭스 콘텐츠를 보유한 디즈니는 11월 ‘디즈니 플러스’를, HBO·워너브라더스·CNN 등을 보유한 미국 통신사 AT&T도 내년 초 ‘HBO맥스’를 내놓기로 했다. 둘 다 콘텐츠 역량을 바탕으로 넷플릭스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힌다.
‘추천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OTT
이용자 취향을 분석해 다음 콘텐츠 시청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추천 알고리즘’ 기술도 OTT 성장의 요인이다. 넷플릭스는 콘텐츠의 지역·주제·형식 등을 기반으로 ‘이용자 취향 일치율’을 분석한다. 한국의 토종 OTT 서비스인 ‘왓챠플레이’ 역시 이용자가 가입할 때 각 콘텐츠에 매긴 평점을 기반으로 매칭률을 분석한다. 지정된 채널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편성’하는 기존 방송 플랫폼과 가장 큰 차이이기도 하다. 스마트폰·PC·TV 등 어떤 기기를 통해서든 예전에 봤던 시점부터 다시 볼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유선 기반의 유료방송은 절대 흉내 내기 어렵다.
국외만큼이나 국내 방송·통신·콘텐츠 시장에서도 OTT 서비스를 둘러싼 합종연횡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엔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IPTV 셋톱박스에 넷플릭스 기능을 추가하면서, 지난해 7월 42만 명이던 넷플릭스 이용자는 1년 만에 4.4배 늘어나 186만 명이 되었다. <킹덤> 같은 한국 콘텐츠가 히트한 것도 이용자가 급증한 배경이다.
위기를 느낀 지상파 방송사(KBS·MBC·SBS)들은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했던 OTT 서비스 푹(POOQ)과 국내 1위 이동통신사업자 SK텔레콤의 OTT 서비스 ‘옥수수’를 통합한 웨이브(wavve)를 9월18일 출범시켰다. 지상파 계열 예능·드라마와 영화·해외드라마를 시청하고, 옥수수에서 서비스되던 프로야구도 볼 수 있다. <미스터 션샤인> <sky캐슬> 등 콘텐츠에서 강점을 보였던 CJ ENM과 JTBC도 OTT 서비스 합작법인 출범을 위한 사업양해각서(MOU)를 9월17일 체결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19년 6345억원, 2020년 7801억원으로 추산(방송통신위원회)되는 국내 OTT 시장은 더욱 성장세가 뚜렷해질 것이다.
지난해 미국 3300만 명 ‘코드커팅’
OTT 서비스 시장 확대는 IPTV·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시장에도 미칠 영향이 적지 않아 보인다. OTT 서비스 가입을 이유로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코드커팅’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국에서 3300만 명이 유료방송을 해지했고 2022년엔 5500만 명이 해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은 미국보다 유료방송 이용료가 싸지만, 5세대(5G) 등 이동통신 환경이 좋아 모바일 동영상 시청 수요가 많고, 별도 기기 없이 OT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TV 보급이 확산되고 있어, 집에서 TV 보는 시간이 적은 20~40대를 중심으로 ‘코드커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OTT 서비스 경쟁에서 핵심 포인트는 ‘콘텐츠 수급’이다. 넷플릭스든 웨이브든 볼 것이 많아야 가입하기 때문이다. 천혜선 미디어미래연구소 미디어경영센터장은 9월18일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리더스포럼에서 “OTT 서비스는 프로모션이나 주요 콘텐츠에 따라 가입고객 탈퇴율이 40%에 이를 정도로 높고, 20~50%가 복수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가입자 이동이 많다”며 “가입자 충성도가 낮은 OTT 시장에서는 독점 콘텐츠 확보가 특히 중요하며, 주기적 배포 역시 가입자 수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OTT로 갈아타는 법
위약금도 확인하세요
집에서 실시간 방송을 거의 보지 않고 OTT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한다면, IPTV·케이블TV를 해지하는 게 낫다. TV로 OTT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TV가 인터넷에 연결돼야 한다. 삼성·엘지(LG) 등 스마트TV는 대부분의 OTT 앱을 제공한다. 스마트TV가 아니라면 크롬캐스트 같은 ‘스트리밍 스틱’으로 OTT 앱이 깔린 스마트폰을 TV와 연결해서 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TV 박스(CJ헬로 뷰잉·샤오미 미박스 등)를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리모컨이 있어 스트리밍 스틱보다 편리하다. 넷플릭스·왓챠플레이는 접속 기기 종류에 따른 이용료 차이가 없지만, 웨이브·티빙은 스마트TV·안드로이드TV 접속이 가능한 요금제가 좀더 비싸기 때문에 요금제를 잘 선택해야 한다.
코드커팅을 결심한 이상 실시간 TV 채널 시청을 하지 못하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웨이브는 스마트폰으로는 지상파 계열 방송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TV 박스로는 볼 수 없다. 티빙은 CJ 계열(tvN·OCN 등) 채널만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공시청 안테나나 실내용 디지털 안테나를 TV에 연결하면 지상파 채널을 볼 수 있다. 유료방송을 해지하기 전에 약정 기간과 휴대전화·인터넷 결합 할인액도 확인해야 한다. 위약금을 물거나 요금이 비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sky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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