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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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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지분’ 뿌리될 0.1%의 비밀

지배구조 중요 고리인 삼성생명 지분 확보한 이재용 부회장…

삼성 계열사 ‘경영상 목적’ 핑계 대며 승계 위한 움직임 본격 들어가
등록 2014-11-06 15:15 수정 2020-05-03 04:2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센터 대강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고(위), 9월 대구 무역회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영접(아래)하는 등 대외활동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7월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센터 대강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고(위), 9월 대구 무역회관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영접(아래)하는 등 대외활동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청와대사진기자단

‘오로지 삼성그룹과 이재용 부회장의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를 축출한 것이다.’

삼성자산운용 소액주주 50명이 지난 10월29일 서울중앙지법에 낸 소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이들은 지난 8월29일 삼성자산운용 임시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의 주식을 강제로 삼성생명에 넘기기로 결의한 것이 무효라고 주장한다. 지분 95% 이상을 보유한 지배주주가 경영상 목적으로 다른 주주에게 주식을 넘겨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상법 제360조 24항 ‘지배주주의 매도청구권’)는 법 조항이 생긴 게 2011년. 소액주주가 관련 소송에 나선 건 처음이다. 그런데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왜일까.

삼성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복잡하게 삼성 계열사의 지분이 이동하는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이익이 돌아가는 대상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라서다.

금융계열사 침 발라놓은 이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자산운용의 2대 주주(7.7%)였다. 그런데 지난 7~8월 삼성생명은 다른 계열사와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가(家) 3남매가 갖고 있던 삼성자산운용 지분을 모두 넘겨받아, 96.27%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에 지분을 팔아 252억원을 챙겼다. 그리고 삼성자산운용은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매도청구권 행사를 결의한 뒤, 나머지 3.7%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 200여 명에게 주식(1주당 2만2369원)을 넘기라고 통보한다. 그룹 차원의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이 이유였다. 삼성생명에 주식을 넘기지 않으면, 소액주주들은 11월 이후 주식에 대한 권리가 없어진다. 소액주주들은 2만2369원이라는 금액이 너무 낮다고 주장한다. 반면 삼성생명 쪽은 “전문기관의 평가를 거쳐 산출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반박한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이렇게 번 돈 252억원으로 다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 0.1%씩을 사겠다고 10월29일 금융위원회에서 승인받았다. 삼성생명은 현재 이건희 회장(20.76%), 제일모직(19.34%)이 각각 1·2대 주주다.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0%였다. 보험업법상 특수관계인이 처음 지분을 취득하면 금융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물꼬만 트면, 그다음 지분 취득은 자유다. 삼성생명은 이재용→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 지배구조에서 주요한 길목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0.1%는 그저 숫자일 뿐이다. 금융계열사가 향후 이재용 부회장에게 넘어갈 것이란 상징적인 의미가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이 삼성자산운용 지분을 팔았지만,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사지 않은 정황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삼성자산운용 소액주주들을 대리하는 전영준 변호사는 “결국 삼성자산운용이 경영상 목적이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을 위해 주식 매도청구권 행사를 승인한 것에 불과하다는 거다. 주총 소집 통지서에 서면투표 양식을 첨부하지 않는 등 절차와 결의 방법도 정관 및 법령 위반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관계자는 “상법상 부여된 권리를 경영상 목적으로 행사하는 거라서 문제없다”고 밝혔다.

굳이 손해 보는 장사 하겠다는 삼성전기

문제는 이 252억원이라는 종잣돈에도 원죄가 있다는 점이다.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얘기다. 당시 삼성생명이 한일·한빛투신운용 주식 60만 주를 한빛은행에 넘기고, 한빛은행이 삼성투신운용(1999년 삼성자산운용으로 흡수·합병) 주식 60만 주를 이 부회장에게 넘기는 맞교환이 있었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 등이 헐값에 지분을 사들여 312억원의 이득을 챙겼다며 참여연대는 삼성생명과 한빛은행 임직원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 지원’을 이유로 삼성생명에 2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은 각각 삼성의 손을 들어줘, 무혐의 처분하거나 과징금 취소 판결을 내렸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불법·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증식했던 이재용 부회장의 과거와 경영권 승계라는 미래가 교차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매각 등 편법 상속 논란으로 확보한 지분을 지렛대 삼아,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반발하고 있는 삼성생명-삼성자산운용 관련 논란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는 삼성SDS 쪽도 시끄러워질 조짐이 보인다. 삼성SDS 주식 609만9604주(7.88%)를 보유한 삼성전기가 “투자 재원 확보 및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SDS 주식이 장외시장에서 1주당 33만~36만원대에 팔리고 있는데, 1주당 15만~19만원대의 희망 공모 가격을 내걸고 주식을 팔겠다고 나선 것이다. 매각 차익 1조원 가까이를 당장 손에 쥘 수 있긴 하지만, 누가 봐도 손해 보는 장사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10월27일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그룹 차원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매각 결정 이유를 묻는 공개질의서를 삼성전기 쪽에 보냈다. 삼성전기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배임’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기 관계자는 “매년 1조원 가까운 투자를 하고 있는데 최근 실적이 좋지 않아 투자 재원 확보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했다. 만약 상장 이후에 매각하면 6개월간의 보호예수 기간에 묶여 매각 기회가 마땅치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자산운용을 삼성생명 100% 자회사로 만들고 삼성전기가 삼성SDS 지분을 매각하는 건 어디까지나 경영상 목적일 뿐,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결정이라고 연결짓는 건 무리다”라고 말했다.

‘포스트 이건희’ 체제로 넘어가기 위한 계열사들의 ‘헤쳐 모여’ 작업도 만만치 않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안이 지난 10월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통과됐지만, 대주주인 국민연금(삼성중공업 지분 5.05%,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5.9% 보유)은 ‘반대’ 입장을 삼성 쪽에 서면으로 전달했다. 지난 9월1일 합병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20% 이상씩 빠지자, 향후 주식매수청구권(자기 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사달라고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기 위한 밑자락을 깔아둔 것이다. 국민연금이 11월17일 이전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각각 3684억원, 1544억원어치의 주식을 사줘야 한다. 합병 자체를 깰 만큼의 액수는 아니지만, 어쨌든 삼성에는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

곳곳에 놓인 편법·변칙의 걸림돌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쓰러진 지 어느덧 만 6개월이 가까워온다. 그동안 삼성그룹 안에서는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과 삼성SDS 상장 추진, 계열사 합병 등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여러 작업들이 숨가쁘게 진행돼왔다. 이재용 부회장은 사실상 그룹 총수로서 보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10월29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났고, 이틀 전인 27일에는 서울 한남동에 있는 이건희 회장 집무실인 ‘승지원’에서 외국 보험사 사장들을 초청해 만찬을 열었다. 앞서 10월20일엔 삼성그룹 홍보팀이 이재용 부회장의 공식 프로필 사진을 교체한다며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4년 동안 써온 오래된 사진이라 교체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실제 모습(만 46살)보다 다소 늙어 보일 정도로 중후함을 강조한 사진의 의도는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과거는 아직 완전히 통과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열어줬고, 아들이 걸어가는 그 길에는 여전히 편법과 변칙이라는 걸림돌이 곳곳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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