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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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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살아야 할 곳, 서울

서울시·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한겨레21> 공동주최 ‘사회적 경제 토크콘서트’ 첫날 지상중계
등록 2014-08-27 16:47 수정 2020-05-03 04:27
지난 8월21일 저녁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사회적 경제 토크콘서트 ‘서울, 사회적 경제 도시를 꿈꾸다’의 첫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 8월21일 저녁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사회적 경제 토크콘서트 ‘서울, 사회적 경제 도시를 꿈꾸다’의 첫 행사가 열리고 있다.

“탈서울을 꿈꾼다. 떠나기 전에 서울이 살 만한 공간인지 한번 확인해보고 싶다.” “앞으로 서울이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서울에서 어떻게 소통이 이뤄지는지 알고 싶다.”

다양한 사람들만큼이나, 이곳을 찾은 이유도 저마다 달랐다. 지난 8월21일 저녁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스페이스류’에는 4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서울시와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 열고 사회적 기업인 위즈돔과 이피쿱협동조합이 주관하는 사회적 경제 토크콘서트 ‘서울, 사회적 경제도시를 꿈꾸다’의 첫날 행사가 열렸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청중이 답한 ‘참석의 이유’는 제각각 달랐지만, 모두 ‘더불어 사는 서울’에 대한 물음표로 수렴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을버스, 서울에만 있는 독특한 것

“젊은 세대 중에는 서울이 고향인 경우가 많지만, 예전부터 서울은 어디로부터 떠난 사람들이 정착하던 곳이었죠.” 서울이라는 공간의 도시 혁신에 대한 주제로 열린 이날 첫 강연자로 나선 이은애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서울 안에서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 사회, 그리고 서울이라는 공간은 서울시민이 안고 있는 삶의 필요성을 기반에 두기보다는, 국제·경제 경쟁력을 발전 전략으로 삼고 성장했다. 자원을 소유한 이들이 부를 축적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1%의 시민만을 위한 경제를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서 있는 것이다.” 그는 “서울시민이 참여하고, 이들이 우리의 자원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어떤 경제활동의 부가가치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 ‘신뢰’라는 사회적 기반을 통한 ‘내발적 발전’이 서울의 사회적 경제가 가진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의 지은이이자 현재 서울시도시계획위원인 이경훈 국민대 교수(건축학)는 서울의 도시건축 형태가 사회적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내 책을 본 독자 한 분이 찾아와 ‘서울은 전셋집 같다’는 말을 했다. 마치 언제쯤 떠나야 할 곳처럼 말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나도 여러분도 서울에서 죽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여기에 산다. 귀향을 생각하지만 쉽지 않다.” 그는 “‘걷는 도시’가 이뤄져야 인간적인 도시로도 전환이 가능하다”고 했다. “서울의 독특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마을버스다. 다른 도시에서는 마을버스가 다닐 정도는 걷는데 말이다. 그 말은 서울이 걷기에는 너무 힘든 도시라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걸어다녀야 상호작용이 나타나고 도시 상업이 돈다. 결국 걷지 못하는 도시에서 경제와 골목상권이 죽는다는 것을 뜻한다.”

쇼핑몰 있는 도시? 흔한 도시에 대한 오해

물품 기부의 수익금으로 소외계층 돕기를 하는 아름다운가게에서 수익금 일부를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류은화 뷰티풀펠로우 팀장은 사회혁신가를 길러내는 인프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장 활동가로 있으면서 사회 혁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사회 혁신을 하다가 사회혁신가가 된다기보다는 잘 길러진 사회혁신가가 사회 혁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사회적 기업을 평가할 때 아이템보다는 그 사람을 봐야 한다. 뷰티풀펠로우의 지원사업도 그 사람이 가진 문제를 3년간 집중해서 보자는 의도로 탄생했다”고 덧붙였다.

서울 안에서 사회혁신가를 길러내는 데 중요한 인프라는 이미 곳곳에서 뻗어가고 있었다. 이은애 센터장은 “사람 중심 경제로 요약되는 사회적 경제는 현재 제도적으로 마을기업 등 2천여 개의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종사하는 사람만 2만 명, 매출은 연 6천억원 수준이다. 다시 투자·출자를 해서 소비조합으로 이어지면 30만~100만 명의 인구가 영향을 받으며 사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트워크나 개별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기보다 지역 안 자치구에 밀착해 업종·부문별로 협력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적 경제의 생태계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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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사회 혁신을 실천하는 시민의 노력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이날 토론에서는 골목상권의 부활과 대형마트의 문제가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경훈 교수는 “우선 서울 안에 퍼져 있는 도시의 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도시의 인프라에서 거리는 골목상권이 이어지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러나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쇼핑몰이 선진 도시의 상징처럼 잘못 알려져 있다. 정작 미국에서도 쇼핑몰은 교외에나 존재하고 도시에는 낯선 존재다. 삼성동 코엑스몰, 서울역 아웃렛몰은 어색한 거다. 그로 인해 축소되는 도시의 상권을 생각해봐야 한다. 골목상권으로 이득을 얻는 사람은 작은 가게 주인이 아닌 우리니까.”

이은애 센터장은 “일상생활에서 소비 구조를 바꾸는 것을 잊고 산다”고 지적했다. “동네 협동조합, 동네 빵집에 가야 지역사회를 위해 저축할 수 있고 재투자도 이뤄진다. 그런 소비자가 늘수록 내가 하고픈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수리점, 자원봉사, 청소년 교육여행 등 이런 것을 소비하는 시민이 나와야 한다. 이탈리아 토렌토에서는 시민들이 자신의 소비생활을 바꿔 대형마트가 철수하기도 했다.”

결혼, 교육, 주거… 한 번쯤 고민하는 것들

단순한 강연이 아닌 편안한 분위기에서 강연자가 청중과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토크콘서트는 격주로 모두 8차례 진행된다. 서울의 지역재생, 결혼과 가정, 교육평등, 주거정의, 공정무역, 에너지 자립, 식품정의 등 사회적 경제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음직한 내용을 열쇳말로 두고 열린다(표 참조). 사회적 경제의 이해도를 높이고 시민들의 참여를 넓히기 위해 이번 사회적 경제 토크콘서트에서는 모두 20여 명의 사회혁신가들이 강연자로 나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을 예정이다. 참가 신청 및 행사 문의는 홈페이지(www.wisdo.me)나 전화(070-8260-5200)로 하면 된다.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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