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산바’가 한반도를 강타한 지난 9월18일, 기아차는 ‘케이(K) 시리즈’를 완성하는 준중형급 ‘K3’를 공개했다. 태풍으로 신차 발표회는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졌지만 이후 자동차 업계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K3의 마지막 합류로 치열한 국내 준중형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는 주는데 차종은 늘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준중형급(소형차 중 통상 배기량 1500~1900cc에 속하는 차량) 승용차 내수 시장에 각별히 공을 들여왔다. 수백억~수천억원을 들여 신차를 개발하거나 기존 모델을 신차에 맞먹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했다. 한국GM이 지난 6월 일찌감치 ‘2013년형 크루즈’를 선보인 데 이어 두 달 뒤에는 현대차가 ‘2013년형 아반테’를, 그 며칠 뒤에는 르노삼성이 ‘뉴SM3’를 내놨다. 모델 변경은 대개 3년마다 이뤄지는데 일부 회사들이 전략적으로 시기를 조절해 출시 시기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기아차가 판매가 부진한 포르테를 리모델링하는 대신 아예 신차 K3를 출시하자 완성차 업체의 준중형차 경쟁이 회사 자존심을 건 정면 승부 양상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준중형차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는 건 한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이 시장의 규모가 급격히 쪼그라들어 판매 경쟁이 유독 치열해진 탓이다. 준중형차의 주요 고객층인 사회 초년생과 40~50대 주부들이 경기불황에 실속 있는 경차로 많이 옮아간 영향이 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전체 승용차 내수 판매량이 1년 전보다 7% 줄어든 반면 소형차는 같은 기간 17%나 줄어들었다. 소형차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준중형차의 부진이 주된 원인이었다. 강동완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얼마 전만 해도 내수 시장에서 준중형차 판매 비중은 33% 정도였는데 최근엔 경차와 수입차의 선전 등으로 15%까지 떨어졌다”며 “시장 규모는 줄어드는데 기존에 나와 있는 차종은 워낙 다양하다 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새로운 준중형차들의 어깨는 무겁다. 경차에 버금가는 실용성과 중형차 못지않은 스타일·편의성을 부각해 돌아선 소비자의 마음을 되찾아와야 한다. K3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최강자인 아반테와 엔진과 변속기 등 플랫폼이 같아 성능에선 큰 차이가 없는 만큼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도전장을 받은 아반테는 대폭 강화된 각종 안전장치를 강조한다. 뉴SM3는 연비가 자랑이다. 신연비 기준 1ℓ당 15km로 K3와 아반테(14.5km/ℓ)보다 좋다.
진화하는 모습 지켜보다 골라라
준중형차 경쟁을 바라보는 업계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K3가 아반테의 지위를 얼마나 뒤흔드냐다. 2000년부터 줄곧 1위를 지켜온 아반테는 올해 들어서도 7만953대를 팔았다. K3의 전신인 포르테(1만4441대), 크루즈(1만3466대), SM3(1만1669대)를 모두 합쳐도 아반테의 절반가량밖에 안 된다. 하지만 K3는 K시리즈의 후광효과 등으로 꽤 선전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여기에 상품성을 높인 SM3와 크루즈도 아반테를 함께 추격하는 과정에서 준중형차 시장 점유율이 얼마나 회복되는지가 나머지 볼거리다. 소비자들은 준중형차가 경쟁 속에 진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꼭 마음에 드는 모델이 나타났을 때 선택하면 그만이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는 얘기다.
서보미 기자 spring@ha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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