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화 기자
“소비자 피해 구제를 활성화하려면 우리도 미국처럼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
서울변호사회의 인권담당 이사인 오영중(43) 변호사는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면 소비자 한 사람만 승소해도 나머지 모두에게 판결의 효력이 미치기 때문에 소비자 손해배상 소송이 지금보다 훨씬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서울변호사회가 공익소송으로 추진하는 생명보험사 이자율 담합 사건과 휴대전화 가격 부풀리기 사건 관련 소비자 손해배상 소송을 주도하고 있다. 또 서울변호사회 공익소송과 별개로 추진되고 있는 비료 담합 사건의 손해배상 소송을 맡는 등 소비자 피해 구제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오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관련 전문 변호사로, 올 초에는 서울변호사회의 담합과의 전쟁 선포를 주도했다.
비료 입찰 담합 사건의 손해배상 소송인단이 2만 명을 넘던데, 농민들의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비료회사들이 16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담합을 했다. 또 농가당 연간 비료 구입비가 평균 70만~80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10년의 시효기간만 적용해도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다.
비료 입찰을 주관해온 농협의 동반책임론도 있다.
담합이 장기간 지속됐는데 농협이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더욱이 자회사인 남해화학도 담합에 가담했다. 농협은 입찰 담합을 예방하려는 노력도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다. 한전은 담합 사실이 발견되면 계약금의 10%를 배상하도록 하는 손해배상예정제를 진작 도입했다. 농민들은 농협도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아니라고 손을 내젓더니) 생보사 이자율 담합 사건의 경우 변호사비는 무료지만 인지대와 송달료는 개인 부담이다. 그 비용이 모두 24만원이었는데 30명의 소송 참여자에게 몇천원씩 받기도 그렇고 안 받기도 그런 상황이 빚어졌다. 공익소송을 계속 추진하려면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번거로운 것 같아 내가 내버렸다. 별일 아니다.
서울변호사회가 진보개혁 단체도 아닌데 담합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소비자 공익소송에 열심인 이유는.
인권의 영역이 이제는 경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해 일반 국민이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점차 소외되고 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가 대표적이다. 대기업의 담합과 불공정행위로 인한 국민의 피해도 늘고 있다.
기존 법조계나 대기업들이 싫어하지는 않나.
소송 관련 대기업들이 바짝 긴장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생보사 이자율 담합 사건의 경우 삼성·교보·대한생명 등 상위 3개사가 담합 사실을 공정위에 이미 자백했다. 남은 문제는 고객의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뿐이다. 휴대전화 가격 부풀리기나 비료 담합 사건도 모두 승소를 확신한다. 법원이 소비자 피해액 산정과 관련해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미국처럼 손해액의 3배를 물어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인데 법원이 보수적 자세를 고수하면 시대 흐름에 뒤처진다.
바람직한 일이지만 좀더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사건 처리가 끝나면 바로 심결서(일종의 판결문)를 내놓아야 한다. 지금처럼 몇 달 뒤에 내놓으면 사회적 관심이 식어버린다. 소송에 필요한 사건 관련 자료 협조 요청에도 좀더 전향적으로 응해야 한다.
곽정수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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